허익범 "특검 언론 플레이한 적 없다"..'정치특검' 언급한 김경수에 맞불
7일 오전 출근길에 앞서 같은 건물 1층 커피숍을 들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는 "여권 등 일부 정치권에서 '특검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다소 표정이 굳어진 허 특검은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수(51) 경남지사가 6일 오전 특검에 출석하며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 특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자 허 특검이 하루 만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치권에선 "허 특검이 김 지사를 망신주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특검팀을 겨냥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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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특검, '정치특검' 비판에 불쾌감
허 특검의 이날 발언에는 정치권 공세에 대한 특검팀의 오랜 불만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 특검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수사팀을 소집해 '입단속'을 하고 내부 제보자가 있는지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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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속에 내부 유출 있는지 확인하기도
특검팀 관계자는 "아침 회의 때마다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주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외부로 유출된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주변 인물과 피의자, 참고인들의 변호인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소득을 얻는 경우가 드물다. 하루에 한 번 있는 박상융 특검보의 정례브리핑에서 궁금한 것을 쏟아내도 보통 돌아오는 대답은 "확인해줄 수 없다"이다.
특검법상 특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국민의 주요 관심사인 경우가 많아 언론 대응은 특검팀 입장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여론의 지지 없이 '대형 사건'의 수사 동력을 이어가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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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 구속영장? 앞서가지 말라"
허 특검은 7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언론 플레이'에 대한 질문을 제외하곤 수사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지사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서만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답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후 언론에서 특검팀이 정의당 관련 수사를 이어간다고 보도하자 허 특검은 그 주 모든 정례브리핑을 취소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허 특검이 자신이 앞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것에 답답해했다"고 했다. 실제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 사망 후 정의당 관련 수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허 특검은 "언론에 정의당 수사 언급은 일절 하지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제 남은 수사는 사실상 김 지사뿐이고 김 지사를 수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난 40여일간 확보한 증거가 말해주고 있다"며 "허 특검의 지시대로 남은 수사 기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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