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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찾아온 美대사에 영어로 안내한 '조선 마지막 황손'

김준희 입력 2018.08.08. 00:02 수정 2018.08.08. 09:38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1박2일 전주 방문
10일까지 열리는 미국문화주간 참관 목적
7일 전주 한옥마을 승광재를 찾은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남색 남방)와 부인 브루니 브래들리(파란색 남방) 여사. 승광재에 사는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분홍색 한복)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공동으로 6~10일 전주 일원에서 '2018 전주세계문화주간-미국문화주간' 행사를 주최한 김승수 전주시장(흰 와이셔츠)도 동행했다. [사진 전주시]


'조선 마지막 황손' 집 찾은 첫 미국대사

"히 이즈 마이 파더(He is my father), 킹(king) 의친(내 아버지, 의친왕입니다)."

7일 오전 10시 45분 전북 전주 한옥마을 '승광재(承光齋)'.

수은주가 34도를 기록하던 이날, 조선의 '마지막 황손(皇孫)' 이석(77)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승광재를 찾은 해리 해리스(62) 신임 주한 미국대사에게 의친왕 사진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義親王)의 12남9녀 중 10남이자 덕혜옹주의 조카다. 이 총재가 2004년 8월부터 살고 있는 승광재는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 황제 시절의 연호인 광무(光武)에서 '光'자를, 잇는다는 의미의 '承'자와 합쳐 이름 지어진 곳이다. '고종 황제의 뜻을 잇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승광재에 주한 미국대사가 방문한 건 처음이다.

7일 전주 한옥마을 승광재를 찾은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남색 남방)가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분홍색 한복) 황실문화재단 총재로부터 사진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동행한 김승수 전주시장. 전주=김준희 기자


미군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둔 4성 장군 출신

해리스 대사는 6~10일 전북 전주 일원에서 '미국을 경험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8 전주세계문화주간-미국문화주간' 행사 참관을 위해 전날 1박2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았다. 주일 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대사는 이날 등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그려진 남색 와이셔츠와 짙은 회색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부인 브루니 브래들리 여사도 동행했다. 파란색 남방과 흰색 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브래들리 여사도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25년간 군에 복무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 근무할 때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미국에 산 적이 있는 이 총재는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을 설명하는 내내 영어를 썼다. 통역사가 있었지만, 한국말을 잘 모르는 해리스 대사를 위한 배려였다. 불볕더위에 콧수염을 기른 해리스 대사의 얼굴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총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총재는 자신이 걸어온 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부부, 박원순 서울시장 등 그동안 승광재를 찾은 인사들과 찍은 사진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진을 둘러보던 해리스 대사는 이 총재의 입에서 '독도'라는 말이 나오자 발길을 멈췄다. 이 총재가 2016년 6월 울릉군수로부터 '독도 홍보대사'에 임명된 날 찍은 사진 앞이었다.

7일 전주 한옥마을 승광재를 찾은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운데 남색 남방)와 부인 브루니 브래들리(파란색 남방) 여사. 승광재에 사는 이석(분홍색 한복)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다.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이 김승수 전주시장.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독도대사와 미국대사

관심을 보이는 해리스 대사에게 이 총재가 "여기 있는 내가 독도대사"라고 설명하자 해리스 대사는 사진에 바짝 다가서며 "이곳이 독도냐"고 물으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브래들리 여사는 시종 쾌활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승광재에 들어서자마자 마중 나온 이 총재에게 먼저 다가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악수를 청했다. 앞서 해리스 대사 부부는 오전 10시쯤 소리문화관에서 한 아동복지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 30명이 참여한 '우쿨렐레 워크숍'을 참관했다. 작은 기타처럼 생긴 우쿨렐레는 19세기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전한 현악기다. 이 자리에서도 브래들리 여사는 악기 연주법을 설명하는 우쿨렐레 연주그룹 호노카와 아지타의 손 모양을 따라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 맨 왼쪽 사진이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의 아버지인 의친왕. 전주=김준희 기자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 가운데 사진이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의 고모인 덕혜옹주. 전주=김준희 기자
승광재 벽에 걸린 사진들. 당선 전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보인다. 전주=김준희 기자


"안녕하세요" 유쾌한 대사 부인…알고 보니 25년 베테랑 해군 장교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날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해리스 대사 부부를 직접 안내하며 '전주 알리기'에 공을 들였다. 전주시는 2016년 프랑스문화주간, 지난해 영국문화주간에 이어 올해 주한 미국대사관과 공동으로 미국문화주간 행사를 주최했다. 김 시장은 "해리스 대사는 하루 잠깐 들른 게 아니라 1박2일 동안 전주에 머물며 모든 행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사의)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대사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전주)에서 가장 미국적인 문화를 알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전날 전주시청을 방문한 해리스 대사와 30분간 가진 비공개 면담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민감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해리스 대사가 '재임 기간 대사관에만 머무는 대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 국민과 소통하고, 미국 문화를 한국에 많이 알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7일 전주 한옥마을 한지원에서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부인 브루스 브래들리(파란색 남방) 여사가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전주시]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부부가 7일 소리문화관에서 열린 '우쿨렐레 워크숍'을 참관하고 있다. 한 아동복지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해리스(왼쪽) 주한 미국대사와 이석(가운데) 황실문화재단 총재, 김승수(오른쪽) 전주시장이 승광재에서 모란차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해리스 대사 "'아름다운 도시' 전주 와서 영광"

해리스 대사 부부는 승광재에서 40분간 머물며 이 총재와 김 시장 등과 모란차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김 시장은 "황손님(이석 총재)은 우리의 역사이자 우리의 정신이다. 이렇게 상징적인 공간(승광재)에 찾아주신 대사님 부부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이에 해리스 대사는 "아름다운 도시를 볼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오늘 남은 시간 동안 한국의 전통문화가 어떤 것인지,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배우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7일 한국에 정식 부임했다. 전임 마크 리퍼트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1년 6개월 만에 공석을 채웠다. 지난 5월까지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그는 미 해군 4성 장군에 오른 첫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해군 항해사로 6·25 전쟁에 참전했고, 휴전 이후에는 경남 진해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8 전주세계문화주간-미국문화주간' 행사 참관을 위해 지난 6일 전주시청을 방문한 해리 해리스(오른쪽) 주한 미국대사를 김승수(왼쪽) 전주시장이 안내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2018 전주세계문화주간-미국문화주간' 행사 참관을 위해 지난 6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전주시장실에서 김승수 시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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