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여당 '용두사미' TF 딜레마

하준호 2018. 8.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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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은 암호화폐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암호화폐 규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여당인 민주당은 부랴부랴 ‘가상화폐 대책 태스크포스(암호화폐TF)’를 꾸렸다. 암호화폐TF의 첫 회의가 예정된 지난 2월 8일 TF 팀장을 맡은 홍익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팀원 간 일정이 맞지 않아서 설 연휴(2월 15~18일)가 지나고 적어도 2월 안에는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암호화폐TF는 어떻게 됐을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들이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회의는 8월인 지금까지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회의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얘기다. 홍 의원은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비공식 회의와 당정 협의를 수시로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암호화폐TF 팀원으로 참여했던 복수의 의원들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회의를 한 기억이 없다”며 “외국의 전문가를 초청해 한 번 강연을 들은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휘발성 있는 이슈였기 때문에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그 당시 암호화폐 광풍이 사그라지는 분위기여서 흐지부지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6·13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이 “일사불란한 당·정·청 관계를 설정하고, 현재 식물 상태인 후반기 국회 운영을 위한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 등 구체적인 당면과제를 해결하겠다”(박경미 원내대변인)며 구성한 3개의 TF(민생경제, 지방정부 공약 이행, 외교안보)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공개적인 활동이나 구체적인 성과물이 눈에 띄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7일 통화에서 “각 TF는 원내대표의 자문기구 성격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민생경제TF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에 대해 점검·제안하는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TF 팀장들은 아직은 자신 있게 활동 내용을 소개하지 못했다.

▶최운열 의원(민생경제TF 팀장)=“TF는 지금도 가동 중인데, 지금까지 회의는 두 번 했다. (지난 7월 3일 만들어진) 민생평화상황실(소득주도성장팀·혁신성장팀·공정경제팀·남북경협팀)과 역할이 중복되는데(최 의원은 혁신성장팀의 팀원이다), TF는 홍 원내대표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운영될지는 그에게 달렸다.”

▶백재현 의원(지방정부 공약 이행 TF 팀장)=“지방정부의 공약 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거니까 특별히 회의를 진행한 건 없다. 각 지방정부의 공약이 뭔지 자료를 취합하는 정도의 활동을 했다. 8·25 전당대회 이후 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로 관련 업무를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수혁 의원(외교안보TF 팀장)=“글쎄 내가 팀장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이후로 어떤 진전된 걸 듣지 못했다. 사실 잊고 있었다. TF와 관련해서 회의도, 활동사항도 없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지방정부 공약 이행 TF는 당 정책위와 같이 지자체의 공약 사항을 내년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외교안보TF의 경우 솔직히 여태껏 움직이지 못했다”며 “지금은 상임위 배정도 다 마무리된 만큼 이를 고려해서 새롭게 배정도 하고, 외부 전문가도 섭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이 지난 3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젠더폭력대TF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계기로 민주당 내에 설치된 ‘젠더폭력TF’는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미투 사건 이후 당 젠더폭력특별위원회(젠더특위)로 격상됐지만, 3개월 기간의 성폭력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전문가 간담회 등을 개최한 것 외에 가시화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젠더특위가 제안하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제출한 국회 내 인권센터 설치안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다.

최근 민주당에는 또 다른 TF가 생겼다.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과 개혁 과제 등을 다루는 ‘기무사TF’다. 기무사TF는 7일 첫 회의를 가졌다. 이와 관련해 한 초선 의원은 “뭔가 일이 터지면 부리나케 TF를 만들었다가 성과 없이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 게 사실”이라며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TF를 만들 때도 신중해야 하는데, ‘당은 뭘 하고 있느냐’는 소리를 들으니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민홍철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무사 문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이어 “(소속 상임위와 관계없이) 한 의원이 여러 TF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실효성 있는 활동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GM대책TF처럼 노사 간 중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대개의 경우 활동이 한시적이어서 ‘보여주기식’으로 비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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