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는데..사진·영상 증거는 왜 없나
6일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킹크랩 운영 방식에 대한 드루킹의 시연을 지켜본 게 사실인지’ 여부를 놓고 밤 늦도록 공방을 벌였다. 킹크랩은 드루킹(본명 김동원, 구속) 일당이 사용한 댓글 여론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특검팀은 또 같은 회원인 ‘솔본아르타’ 양모씨(구속)로부터 “나는 2층 강연장 문 밖에서 킹크랩 시연하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특검팀은 당시 김 지사가 앉아 있던 위치와 행동에 대한 이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그날 파주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드루킹 일당의 일방적인 진술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특검팀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지켜봤다는 내용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 때도 해당 자료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검팀도 이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며 “유력 정치인들과 만날 때 사진 기록을 남겨온 드루킹 일당의 특성과 들어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드루킹이 지난 3월 경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파기하는 과정에서,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까지 모두 지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드루킹 일당은 3월 경찰 압수수색 때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변기에 넣기도 했다. 킹크랩 프로그램 역시 구동과 관련된 코드가 모두 파손됐는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이 벌인 일로 밝혀졌다.
검찰 출신의 강민구 변호사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드루킹과 그 측근들의 진술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특검 입장에선 김 지사가 드루킹 측과 주고 받았던 메시지 등 여러 정황을 활용해 ‘킹크랩 시연’과 관련한 사실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욱ㆍ김영민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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