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대 미래성장 공식화..AI·전장 등에 25조 투입

장은지 기자 2018. 8.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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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생 패키지] 3년간 180조 투자하고 4만명 채용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8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4만명 직접채용 계획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삼성그룹이 공식화한 삼성전자의 4대 미래성장사업이다.

삼성그룹의 3년치 180조 투자액 가운데 90%인 약 162조원이 삼성전자의 몫이다. 지난 2015~2017년 3년간 141조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3년치 투자규모를 162조원까지 약 20조원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측은 이날 공식발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삶의 질 향상을 핵심 테마로 ΔAI(인공지능) Δ5G(5세대 이동통신) Δ바이오 Δ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며 이건희 회장이 발표한 Δ자동차용전지 Δ바이오 Δ태양광 Δ의료기기 Δ엘이디(LED) 등 5대 신수종 사업 선정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로부터 8년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제시하면서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성그룹도 본격적인 변곡점에 섰다.

이번 투자계획은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에 부응함과 동시에 4차산업혁명을 맞아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한 삼성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에 연이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지만 '위기론'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룹 전체적으론 삼성전자, 전자 내부에선 반도체 부문의 '쏠림·착시' 현상이 위기론의 실체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은 '제조 굴기'를 천명한 중국 정부와 제조업체의 협공에 처해 있다. 지난 1년간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부회장이 AI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반도체 쏠림 위기…삼성전자의 미래, AI와 전장, 5G에서 찾다

AI는 반도체와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기술인만큼,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마존과 구글 등의 기존 AI 서비스와 협력하는 대신 '빅스비'로 독자노선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석방 이후 다섯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 연구소 등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퀀텀점프' 전략을 짰다. 하지만 최종 투자결정을 내릴 이 부회장의 부재로 몇 차례 인수합병(M&A) 기회를 놓쳤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눈독들이던 AI 기업이나 연구소를 다른 IT기업이 가져가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빼앗기지 않게 AI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승부처다. 최근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세바스찬 승(H.Sebastian Seung)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다니엘 리(Daniel D.Lee) 교수 등을 부사장급으로 파격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러시아·캐나다 등 5개 지역을 글로벌 AI 연구 거점으로 삼고 오는 2020년까지 대대적인 AI 인력을 확보한다. AI 연구 인력을 충분히 확충할 경우 세계 1위 제조기업의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세 역전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마존, 구글과 달리, 삼성전자는 매년 5억대의 스마트폰·TV 등 '디바이스(device)'를 파는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장사업도 이 부회장이 세심히 챙기는 분야다. 지난 5일 귀국한 이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자동차업계 미팅을 위해 유럽출장에 다녀왔다고 말할 정도로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사업이다. 전장사업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이 명실공히 세계 1위 리더이기 때문에 반도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전장사업에 대한 비전도 남다르다.

앞서 삼성은 2016년 9조원을 들여 세계적 전장기업인 미국 하만을 인수했다.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출장 기간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 왕추안푸 회장을 만났다. 일본에선 자동차 부품전문업체 야자키의 경영진과도 회동했다. 평소 자동차와 전장사업에 애정이 강한 이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도 5년여간 활동했다. 그러면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건은 보류된 상태지만, 다시 M&A 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의 강점인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System-on-Chip,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화웨이'의 맹추격으로 자존심 싸움이 치열한 네트워크 사업에서도 5G의 집중 육성을 통해 기술리더십을 공고히 한다. 삼성 측은 "5G인프라는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신산업 발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5G 상용화 시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5년 이후 연간 최소 30조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바이오=제2의 반도체…오랜 바이오의 꿈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으로 바이오 사업의 이미지가 실추됐지만, 사업 측면에는 투자를 강화해 미래먹거리로 부지런히 키우겠다는 각오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 측은 "바이오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고령화와 만성·난치질환 증가 등 사회적 니즈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6~7년 간 약 2000억 원의 개발비가 필요할 정도로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다.

2010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된 바이오 사업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바이오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점유율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을 출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이번 투자 결정은 이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평택 회동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연구소로 이동해 사장단과 회동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4대 미래성장사업 육성을 중심으로 경영 활동의 보폭을 서서히 넓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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