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먼지만 쌓인 신기술..2백억 날리고 '쉬쉬'

윤정혜 2018. 8.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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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때 신기술로 각광을 받으면서 200억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방사능 정화장치가 먼지만 뒤집어 쓴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이 성능실험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주무부처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학계 내부의 짬짜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윤정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 연구동.

창고 같은 건물 안에 상자 모양의 큼지막한 구조물이 서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을 깨끗한 흙으로 만드는 기계입니다.

이 '동전기 제염장치'는 지난 2011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김 모 박사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에 전기를 흘려 넣어 세슘과 우라늄 등을 제거하는 원리로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았습니다.

[김 모 씨/박사 (2011년 YTN 보도)] "우리늄이나 코발트 세슘 등의 거의 다 제거가, 100% 제거가 되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된 지난 1998년 이후 모두 213억 원의 예산이 개발과 운용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동은커녕 먼지를 뒤집어쓰고 방치돼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많은 양의 흙을 한꺼번에 정화 시킬 수 있는 처리능력, 즉 대형화가 관건이었습니다.

일본에 수출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 땅을 정화하는 데 사용하는 걸 목표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형화 과정에서 김 박사 연구팀이 수년 동안 오염된 흙 78톤에 깨끗한 흙 10톤가량을 몰래 섞어온 사실이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점검에서 적발됐습니다.

처리기술과 상관없이 전체 흙의 방사능 농도를 낮춰 마치 대형화 기술에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겁니다.

깨끗한 흙이나 물을 넣어 방사능 농도를 임의로 희석시키는 건 '원자력 안전법'상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오염제거 기법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깨끗한 흙을 오염 흙 위에 살짝 덮기만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모 씨/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여기가 점점 (정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기다가 비오염 토양을 조금 넣었어요, 우리가. 이건 제염 기술이잖아요, 기술."

하지만 김 박사 연구팀이 작성한 연구계획서 어디에도, 깨끗한 흙 투입이 필요하단 언급은 없었습니다.

또 개발이나 실험 과정에서 연구노트조차 남기지 않아서 기술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다는 김 박사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박홍준/한국연구재단 (당시 조사위원)] "(기록을) 확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록 자체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요구는 다 했습니다. 기록을 전부 요구를 했는데 기록이 원자력연구원 안에는 없었습니다."

[김 모 씨/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그냥 기술적인 면에서 넣었기 때문에 난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김 박사 등은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 폐기하고 원안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도 받고 있는데, 방사능 오염 흙을 무단으로 내다버린 혐의도 포함돼 있습니다.

당시 외부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흙을 좀 섞는 게 무슨 문제냐"는 연구진들의 뻔뻔한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당시 조사위원 A씨] "그런 것들이 치명적이라는 걸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게 더 안타깝더라고. 해서는 안 될 그런 행위가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그 자체가 문제거리가 되는 겁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지적 이후 동전기 제염장치 개발 사업은 기약없이 중단된 상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더 이상 여기에 연구비를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 "동전제염기는 그 시설에서 다시 재가동한다거나 그럴 계획은 없어요. 이것도 분명히 장점이 있기는 한데 다른 방법도 찾아보자고 해서 다른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죠."

문제는 덮혔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결국 신기술이라던 방사능 오염 제거 장치는 상용화도, 효과 입증도 실패한 채 200억 원의 예산만 잡아먹고 잠자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윤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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