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인하 거부하고 싶다"는 민심 헤아려야

2018. 8. 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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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민심이 끓어올랐다. 찔끔거린 전기요금 할인 때문이다. 폭염으로 인한 이번 전기요금 지원은 “냉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 말에서 국민은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 수 있을 정도의 조치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최대 월 2만여원을 깎아 주는 게 고작이었다. 단돈 몇 천원 혜택을 보는 가구도 수두룩하다. 그러니 국민의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기요금 인하 거부하고 싶다’는 글까지 올라왔을까.

이번 전기요금 지원책은 애초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한국전력이 요금 삭감을 감당할 여력이 별로 없었다. 한전은 이미 엄청난 적자를 걸머졌다. 올 1분기 영업적자가 1조4400억원(단독재무제표 기준)에 이른다. 80%가 넘던 원전 가동률을 50%대로 뚝 떨어뜨리고, 대신 연료비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을 많이 돌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 앞으로도 한전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확 깎아 줬다가는 한 해 7조원 가까운 전력설비 투자가 차질을 빚는다. 자칫 낡은 전력 설비를 바꾸지 못하면 당장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다 공기업 한전에 천문학적 적자가 쌓이면 결국 국민 혈세로 메꿔야 한다. 그러니 정부로서도 큰 폭의 전기요금 지원은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그제 발표한 지원책만으로 한전은 수입이 2761억원 줄어든다.

따지고 보면 문제는 탈원전에서 비롯됐다. 현실적으로 원전은 싼값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 원전 없이는 냉난방을 기본적 복지로 보장하기 어렵다. 정말 냉방을 기본적 복지로 제공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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