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과학&미래] 4대강 자전거길과 이념 전쟁

최준호 2018. 8. 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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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면,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는 그 3대 발명품이 낳은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바퀴는 긴 세월 수레와 마차 등으로 진화하다 산업혁명의 물결이 유럽 전역으로 한창 퍼져가던 19세기 초 자전거를 낳았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이란 이름으로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전거(1817년)라는 ‘드라이지네(Draisine)’ 등 단 한 점뿐인 희귀 자전거만도 35대에 달한다. 덕분에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시회에는 매일 7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29일 전시회에 소장 자전거 103점을 내놓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인터뷰한 기사를 썼다. 주 3회 이상, 한번 탈 때 100㎞ 안팎의 자전거를 탄다는 구 회장의 ‘자전거 예찬론’을 담았다. 구 회장은 4대강 자전거길에 애착이 깊었다. 자전거길이 개통하기 전에 이미 4대강 자전거길을 모두 섭렵한 마니아였다. 그는 한국의 4대강 자전거길이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명하다며 국가 브랜드로 키워야 할 대표 상품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나가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적폐 찬양기사네요’ ‘조만간 세무조사 들어가겠군’ ‘적폐 되겠네. 빨리 기업 들고 탈출하세요’ 등의 공격성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이와 반대되는 댓글들도 줄을 이었다.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양극단에 서서 상대를 욕하는 댓글 부대들의 싸움장이었다.

하지만 2012년 개통된 4대강 자전거길은 이미 진영의 논리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자전거길이 없던 섬진강과 북한강은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천변 자전거길을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인천공항에는 자전거를 들고 공항 문을 나서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글로벌 ‘대박’의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께 부탁 겸 조언 하나 드린다. 4대강 자전거길만은 제발 품어달라고. 이명박 정부의 사업이라 부담스럽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전거길을 품는 길이 보수층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전국 4대 강 보의 홍보관들을 자전거를 정비하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바꾸고, 자전거길을 재정비한다면 1500만 자전거 인구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유럽에는 이미 ‘유로벨로’라는 이름의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자전거길이 유명하다. 유로벨로를 누비던 관광객들이 ‘코리안벨로’를 찾아 인천공항으로 몰려드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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