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북한산 의심 석탄 반입 논란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2018. 8.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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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석탄 의심 선박, 일본서도 제지 안받아.."억류근거 없다"

[한겨레]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선박’ 논란이 뜨겁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은 ‘북한산 석탄 반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정부가 해당 선박을 억류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비판의 논지는 정부가 북한 석탄 수출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 이면에는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의식해 ‘알고도 뭉갠 게 아니냐’는 정치적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대북 태도가 강경한 일본도 이들 선박이 드나드는 동안 한 차례도 억류하지 않았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사례 9건을 조사중이다. 북한산으로 확인되는 등 ‘합리적 근거’가 마련되면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북한산 의심 석탄 반입 논란’의 경과와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한겨레>가 짚어봤다.

논란의 시작은
유엔 안보리 전문가보고서
“북 선탄 선박, 러시아 거쳐 한국행
사실 땐 제재 결의 위반 가능성”
이달초 한국당 선박 5척 의혹 제기

합리적 근거 있나
의심 선박들 중·일·러 입출항 반복
대북제재 강경 일본서도 조처 없어
정부 “9건 조사중…확인 땐 조처할 것”

■ 논란의 시작 논란의 발화점은 7월17일 뒤늦게 문제가 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다. 핵심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①지난해 7~9월 북한 원산과 청진항에서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 석탄을 하역했다 ②홀름스크항에서 ‘스카이 에인절’호와 ‘리치 글로리’호가 석탄을 실어 한국으로 날랐다 ③그래서 북한산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확인이 된다면”(if confirmed)이라고 단서를 달아, 결의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한 의심 추정’이다.

정부는 논란이 일자,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10월 우방국 등한테서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 9천톤이 러시아를 거쳐 국내에 반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 추가 의혹 제기한 한국당 지난 5일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리치 글로리호와 스카이 에인절호를 포함해 샤이닝 리치호, 진룽호, 안취안저우66호 등 국외 선적 선박 5척이 한국에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을 하역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4일 포항에 입항한 벨리즈 선적 ‘진룽’호가 석탄 반입 의심 선박이며, 이번에 석탄으로 추정되는 화물 5100톤을 하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7일 기자들이 ‘북한산 석탄으로 보는 근거’를 묻자 “다른 언론과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된 것으로 아는데 설명 안 해도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진룽호는 러시아산 석탄을 싣고 왔고,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 대북 제재 최선봉 일본도 잠잠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 석탄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결의 2397호는 “금지된 활동이나 품목의 이전에 연관되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은 자국 항구 내 모든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억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박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머린 트래픽’을 보면, 패널 보고서가 언급한 두 선박은 2017년 10월 이후에도 5차례(스카이 에인절)와 16차례(리치 글로리) 부산과 평택 등 한국 항구를 드나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일부러 안 잡은 게 아니냐’며 정부를 비난하는 근거다. 하지만 대북 태도가 매우 강경한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조차 문제의 선박들을 억류하지 않은 사실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유기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선박들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석탄 수출입을 금지한 지난해 8월 이후에도 지금까지 한국은 물론 일본·중국·러시아 항구를 수십차례씩 오가며 입출항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패널 보고서가 적시한 스카이 에인절, 리치 글로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일본 항구를 36차례와 24차례 입항했으나 억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패널 보고서에 나온 선박에 대해서 일본이 취하고 있는 조치는 없다”며 “일본에서 판단하기에 (억류 등 조처를 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각국 정부가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의심 선박을 쉽사리 억류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의성’ 여부를 포함해 입증 책임이 각국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김광길 변호사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선박 억류 등 일종의 ‘형벌’을 가하려면 혐의를 입증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며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억류·압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무엇보다 북한산 석탄이라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선박이 북한산을 운반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고의성 여부)도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선박들은 유엔 대북제재위에서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 바도 없다.

■ 북한산 석탄 구별할 수 있나 성분 분석만으로는 원산지를 특정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8일 해명자료를 내어 “석탄 성분 분석 결과만으로는 원산지 확인이 어려우며, (북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석탄과 관련해) 확인을 위해 서류조사 및 압수수색 등 다각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석탄의) 발열량, 수분량 및 성분 등으로 유연탄·무연탄 여부는 알 수 있으나, 같은 산지나 탄광에서도 분석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8월 북한 남포항에서 중국 바위취안항과 베트남 깜파항으로 북한산 석탄을 운반했다고 파악된 ‘탤런트 에이스’호(과거 ‘신성하이’)가 올해 초 군산항에 입항하자 억류 조처했다. 정부는 9건에 대한 조사 결과, 북한산 석탄 여부 등 근거가 입증되면 법·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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