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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저녁밥이 싫다는 여섯살 딸, 그 이유는

서영지 입력 2018.08.09. 15:00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2)
중앙일보 기자. 아침에 아이와 함께 정신없이 출근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눈 깜짝할 새에 또 집에 들어가 전투 육아를 펼쳐야 하는 ‘일하는 엄마’다. 마음이 건강하고 공감을 잘하는 엄마와 아이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마음이 튼튼해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과 같은 처지의 엄마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위로를 건네고픈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이를 키우며 답답하고 힘들던 상황과 그 어려움을 해결했던 방법, 그 일에서 얻은 깨달음과 지혜를 공유하고자 하는 독자의 사연도 받는다. <편집자>

■ 독자 사연입니다

「 “엄마, 나 저녁 안 먹고 싶어.” 어린이집에서 두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큰 아이가 말한다. “맛이 없어? 저녁에 배 안 고파?”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었다. “맛없어. 안 먹을래.”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선 큰 아이는 동생이랑 같이 2층에 있는 자기네 방울새반에 가자며 꼭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본인이 그린 그림이며 만들기며 친구들 얘기며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이 얘기를 들으면서도 회사에 늦을까 조바심이 나 엄마 눈은 자꾸만 시계를 향한다. [사진 김미영]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곳은 회사 어린이집이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만큼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질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맛이 없을 리도 없다. 알림장을 보면 늘 두 그릇씩 먹었다고 적혀 있는데 맛이 없다니….

“엄마 올 때까지 저녁 안 먹고 있으면 배고플 텐데 밥 먹어야지”라고 했더니 “밥 안 먹고 놀고 있을게. 기다릴 수 있어. 엄마가 내일 선생님한테 얘기해줘”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다음날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얘기인즉슨, 아이들이 오후 4시쯤 되면 선생님한테 본인이 오늘 저녁 먹고 가냐고, 저녁 신청이 돼 있느냐고 물어본단다. 신청이 안 돼 있다고 하면 그렇게들 좋아한다고. 저녁을 먹지 않는다는 건 엄마가 일찍 데리러 올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란다.

소풍 가는 우리 가족을 그린 큰 아이의 그림이다. 요즘 들어 부쩍 그림 그리기에 재미가 들린 아이는 내가 퇴근해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가장 먼저 그림 한장을 들이민다. [사진 김미영]

어린이집 정규 시간은 저녁 8시까지이지만 실제로 그 시간까지 맡겨지는 아이는 없다. 회사 어린이집이긴 하나 모든 엄마가 일하는 게 아니다 보니 먼저 가는 아이들이 많다. 6시에 저녁밥이 나오는데 그 저녁밥을 먹는 아이는 몇 안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저녁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이 밥을 먹고 나야 엄마가 오겠구나’라고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허겁지겁 먹었을까.

우리 큰 아이 역시 선생님께 물어보면 선생님 대답은 늘 한결같았을 것이다. 당연히 저녁은 늘 신청돼 있었다. 영양이 골고루 짜인 밥을 먹고 오니 저녁 한 끼를 잘 해결해줘 다행이고 나로선 그저 아이들 저녁을 차리지 않아도 되니 일거리 줄었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아이들한텐 저녁밥의 의미가 다르구나 싶었다.

선생님께 오늘은 저녁을 먹이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날 큰 애는 정말로 밥을 먹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을 안 먹는다고 엄마가 일찍 오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는 하루만이라도 저녁을 안 먹는 부류에 끼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엄마가 차려준 몇 안 되는 반찬과 밥을 먹으며 말했다. “엄마 내일은 저녁 먹을게.”

저녁밥을 안 먹고 있으니 배가 고팠던 탓일까. 아니면 엄마가 자기 말을 잘 들어줬기 때문에 마음이 풀린 탓일까. 6살 꼬맹이인 줄 알았던 큰 아이가 이렇게 많은 걸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래도 일찍 데리러 오라는 말은 안 해줘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복잡한 마음을 달래며 오늘도 예쁘게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잠이 든다.

큰 아이가 그린 그림 속 가족의 얼굴은 언제나 웃고 있다. 그림 속 모습처럼 언제까지나 아이들 마음속엔 행복 가득한 가족이 그려지길 바란다. [사진 김미영]

연재 첫 글이 나간 다음 처음으로 접수된 김미영(포항시 남구 대잠동)씨 사연이다. ‘우와~ 하루 만에 사연이!’ 하는 기쁜 마음으로 글을 읽다가 어느덧 주책 맞게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하는 엄마라면 이런 사연 한 자락 없는 이가 있을까.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갈 때는 내가 함께하지만, 오후에 돌아올 때는 시터 이모가 데리러 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는 엄마가 데리러 오는 모양이다. 등원할 때 아이는 아주 가끔 “오늘은 엄마가 데리러 와”라고 말한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더 밝게 얘기한다. “우리 달콤이~ 엄마랑 놀이공원도 가고 동물원도 가려면 엄마가 돈을 벌어 와야 갈 수 있겠지? 엄마가 돈 안 벌어오면 달콤이가 좋아하는 갈비도 못 먹고 떡도 못 먹어.”

“그래도 엄마가 와~”라고 말은 하지만 엄마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이는 이내 포기하고 풀이 죽은 채로 어린이집에 들어간다. 교실까지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끝까지 지켜보면 좋으련만…. 오늘도 나는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회사로 향한다.

어린이집으로 어쩌다 내가 데리러 가면 며칠 떨어져 있다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달려와 안긴다. 이 사진은 지난해 9월 동화책 만드는 용으로 찍었던 사진이다. [사진 서영지]

어쩌다 일찍 퇴근해 내가 데리러 가기라도 하면 “엄마~!”하고 달려와 안기며 격하게 반긴다. 선생님이 “엄마가 오니까 그렇게 좋아?” 할 정도다.

가끔 외할머니네에서 자고 “할머니랑 어린이집 갈래?” 하고 물으면 싫다고, 엄마랑 가겠다고 한다. 하원 할 때 엄마가 못 데리러 가니 등원이라도 엄마랑 하고 싶은 걸까. 출근 전에 데려다주다 보니 늘 1등 아니면 2등으로 어린이집에 도착해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는데도 할머니보다는 엄마가 데려다줬으면 싶은가 보다.

어릴 때는 다들 ‘엄마 바라기’인데…. 사춘기가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하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기도 하겠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지만 우리 아이의 반항기 짙은 사춘기를 미리 그려보며 또 주책 맞은 눈물을 흘린다.

■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과 관련 사진·동영상,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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