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핵탄두 70% 넘겨라" 미, 북에 요구..'북핵 비밀' 확인 묘수(종합)

나주석 입력 2018.08.09. 15:21 수정 2018.08.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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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핵탄두 60~70%를 6~8개월 이내에 미국 또는 제3국으로 넘길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미국의 인터넷매체 복스가(8일) 보도했다. 핵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양도할 경우 북한 핵무기에 관한 비밀 상당수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 핵무기의 기술수준은 물론, 수량, 독자 개발 여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복스는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비핵화 관련한 시간표를 건넸으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북한과 평양이 수개월간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진척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일정표와 관련해 미국이 무엇을 양보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제재완화 정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런 일정표를 북한에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고 복스는 전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구체적 시간표와 요구사항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제안의 경우 북한의 반발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같은 시간표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우선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 숫자를 미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무기 숫자를 계속해서 감추려 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숫자를 65개선으로 보고 있지만, 모두 예상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설령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포기한 핵탄두가 보유 중인 핵탄두의 60~70%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 한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현 단계 협상에서 주요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북한에 핵무기 보유량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거듭해서 북한의 핵무기 양도를 주장하자, 북한 측은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북·미 접촉이 순탄치 않은 것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측에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 때문이라는 것이 복스의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 면담조차 못 했으며, '강도 같은 요구'를 했다는 비판 성명이 나오는 것도 이 시간표와 맞물린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복스는 미국이 다음번 북·미 접촉에서도 똑같은 요구를 계속할 것인지, 이 경우 북한이 이에 응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 전직 관료 출신인 마이클 퓨크스 미국진보센터 연구원은 "이 같은 시간표는 북·미 간 이해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면서 "잠재적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가시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냈다는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북한으로서는 최소한의 핵억지력은 유지한 채 비핵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고 미국의 가시적 양보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과연 미국의 요구대로 핵무기를 순순히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북한이 일부라도 핵무기를 양도할 경우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대략적인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 등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각 핵무기에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투입했는지와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는지 아닌지가 북 핵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수께끼였다"면서 "특히 북한의 플루토늄 역량과 달리 우라늄 농축 부문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핵무기를 전달받게 된다면 보유 핵무기 개수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축 우라늄 기반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을 경우 전체 핵무기는 십여 개가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확인한다면 이를 통해 더욱 근접한 핵무기 보유 수치를 추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 폐기 전문가 셰릴 로퍼 역시 북한의 핵무기를 확인할 경우 북한의 전자 기술 산업 역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은 모두 북한이 일단 핵탄두를 양도할 경우, 북한의 독자 핵개발 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핵탄두의 경우 파키스탄식으로 추정되지만, 확인결과 파키스탄식이 아닐 경우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자체 개발에서부터 누구의 지원을 얻어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등을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북한 군인이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북한의 자발적인 양도만으로는 정확한 북한 핵탄두의 수량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실제 보유한 핵탄두 숫자보다 낮은 숫자를 제시한 뒤, 이를 기준으로 60~70%만을 양도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북한의 실제 핵무기 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에 건넬지도 의문이다. 로퍼는 "북한이 미국에 핵무기를 넘길지도 의문인 데다,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경우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로 인해 핵무기를 반입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의 핵무기를 인도하더라도 이를 받아 처리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나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경우에 북한의 핵무기를 반입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이 북한 핵탄두를 받아들이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미국내 강경파들은 최근 북한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기다려달라고 하면 기다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