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퇴직자가 공채 면접자료 빼돌려

김원진 기자 2018. 8. 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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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현직 후배와 짜고 ‘경력 감독관’ 응시 아시아나항공 퇴직자에
ㆍ유출 연루 3명 벌금형…국토부 재직 때부터 업계와 유착 의혹

항공 관련 업무로 잔뼈가 굵은 국토교통부 퇴직 공무원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경력 공채에 응시한 아시아나항공 퇴직자를 위해 후배 공무원과 짜고 면접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출에 연루된 전·현직 공무원과 아시아나항공 퇴직자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문제의 퇴직 공무원은 주로 항공 담당 업무만 맡아 현직 때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유착 관계를 형성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8 상반기 공직기강 점검결과’를 보면 ㄱ 전 국토부 과장(기술서기관)은 지난해 8월16일 퇴직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함께 일했던 현직 국토부 공무원 ㄴ씨(항공주사)에게 “항공안전감독관 면접 참고자료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ㄱ 전 과장이 면접 참고자료를 빼돌려 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당시 경력 공채에 지원한 아시아나항공 퇴직자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22일에서 10월10일 사이 항공안전감독관 6명·철도안전감독관 1명을 뽑는 경력 공개 채용 공고를 냈다. ㄱ 전 과장은 아시아나항공 퇴직자이자 고교 후배인 ㄷ씨가 항공안전감독관 경력공채 서류전형을 통과하자 면접 통과를 도와주기 위해 자료 유출을 부탁했다.

ㄱ 전 과장의 자료 빼돌리기는 대담했다. 그는 지난해 10월25일 오전 9시쯤 후배 공무원 ㄴ씨에게 자료 확보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쯤 ㄴ씨로 하여금 아시아나항공 퇴직자 지인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자료 전달은 정부세종청사 종합민원실에서 이뤄졌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실에 따르면 ㄱ씨와 ㄴ씨, ㄷ씨는 모두 법원에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국토부 항공정책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ㄴ씨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도 받았다.

전·현직 공무원이 공모한 면접 참고자료 빼돌리기는 국토부 공무원과 대형 항공사의 유착 관계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ㄱ 전 과장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 항공교통센터장, 서울지방항공청 안전운항국장·관제통신국장 등 퇴직 전까지 주로 항공 업무를 맡아 항공 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퇴직자 ㄷ씨가 지원한 항공안전감독관은 현재 국토부에 총 32명이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이 중 대한항공 출신이 11명, 아시아나항공 출신이 5명 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정비인력 관련 특별점검에 들어가면서 항공안전감독관 5명을 파견했는데 이 중 3명이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봐주기 점검’ 논란이 일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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