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폼페이오 곧 방북, 남북정상 이달 만날듯

정우상 기자 입력 2018.08.11. 03:06 수정 2018.08.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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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진전".. 南, 다시 협상중재 역할
靑 "13일 고위급회담서 시기 정리, 장소는 평양에 국한 안해"

청와대는 가을로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을 이달 중 개최하는 방안을 북한과 본격 협의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은 그동안 비핵화와 종전(終戰) 선언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 왔던 미·북이 최근 뭍밑 접촉을 통해 협상 진전을 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은 4월과 5월에 이미 열렸다"며 "북·미 간에 최근 비핵화 논의에서 진전이 있었고 이번 정상회담도 북·미 간 대화 진전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 선언 문제에 대해선 북·미 사이에 의사소통을 하는 단계이고 우리는 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북핵 협상을 담당하는 미국의 핵심 당국자가 최근 방한(訪韓)해 판문점에서 북한 인사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13일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앞당겨야 할 상황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구체적 시기는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평양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판문점이나 개성 등 제3의 장소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와대가 언급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진전'에 대해선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제안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다음 주 중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 방북, 남북 정상회담이 8월 중에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여행사들은 이날 중국 여행사들에 "국가 시책에 따라 8월 11일부터 9월 5일까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중국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외교가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남북은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오는 13일 열기로 합의하기 전부터 국정원과 북 통일전선부 고위급 라인을 통해 협의를 해왔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로 나서지만, 물밑 접촉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북핵 협상을 담당하는 미국의 핵심 당국자도 최근 서울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북한 인사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정원, 북한 통일전선부, 미국 CIA(중앙정보국) 등 4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미·북 정상회담 때 가동됐던 정보 라인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고위급 회담을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남북 사이의 교감 속에 조기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이 (9일)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 전에 다양한 경로로 남북 사이에 의견 교환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또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점검을 포괄적으로 하고 있고 남북 간에 여러 채널로 의견 교환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어느 쪽이 먼저 회담을 제안했는지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북 간 비공식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에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對北) 문제로 승부수를 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각) "북한 측과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수시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미·북 협상의 대화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측과의 추가 회담 여부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 거의 매일 또는 하루걸러서…"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기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최근 미·북 간 비공식 접촉에서 진전이 있었고 이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미·북 정상끼리는 잘되고 있지만, 실무진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의 조기 평양 방문을 촉구하면서 "디테일한 문제를 중간 입장에서 바라봐서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해 주고,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는 분이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은 회담 시기도 빨라지지만 장소도 평양 이외의 장소가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평양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평양 개최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움직일 수 없는 확정된 사안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 아닌 제3의 장소가 거론되는 것은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와 관련이 있다. 평양 정상회담의 경우 의전, 경호, 보도 등 사전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8월 말에서 9월 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앞당길 경우 판문점이나 개성이 개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의전을 축소하는 등 실무 방문으로 한다면 시기를 앞당겨도 평양 개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북한이 4월 정상회담 때처럼 이번에도 비핵화는 형식적 언급에 그치고, 판문점 선언의 '남북 관계의 전면적·획기적 개선'이나 '연내 종전 선언'을 강조할 수 있다. 한·미 간 균열을 유도하거나 남북 교류를 통한 대북 제재의 무력화를 노리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