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싣고 러시아서 배 바꿔치기.. 북한산 鐵도 들어왔다

최규민 기자 2018. 8. 11.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역업자 2명·화물업자 1명, 원산지 증명서 위조해 北석탄 반입
작년8월엔 북한鐵 2010t '청진→블라디보스토크→마산' 들여와

우리 정부는 작년 4~10월 총 7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한산 석탄의 국내 불법 반입을 '일부 무역업자의 일탈'로 규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 불법 반입을 주도한 이는 석탄 무역업자인 A(여·45)씨와 B(56)씨다. 이들은 러시아와 3국 간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대가로 북한산 석탄을 받았다. 작년 8월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산 석탄 가격이 하락하자 러시아산으로 위장해 국내 반입하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석탄을 수입했다. 화물운송 주선업자 C(45)씨가 화물선을 수배했고, 러시아 나홋카항(2회)·블라디보스토크항(1회)·홈스크항(4회)에서 환적을 통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켰다.

◇원산지 증명서 필요 없는 품목으로 위장도

이렇게 불법 반입된 북한산 석탄과 철은 총 3만5038t, 시가 66억원어치다. 이들은 먼저 작년 4월 1일 북한 송림항에서 북한산 무연성형탄 4119t을 실어 러시아 나홋카항으로 옮긴 뒤, 같은 달 25일 진아오호를 통해 당진항으로 반입했다. 4월 12일에는 원산항에서 선적한 무연탄 1만50t을 나홋카항에서 러시아산으로 바꿔 포항항으로 들여왔다.

이후 환적항을 홈스크항으로 변경해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스카이에인절호(4156t), 리치글로리호(5000t), 샤이닝리치호(5119t), 진룽호(4584t)를 통해 북한산 석탄을 불법 반입했다.

해운업체 P사는 홈스크항에서의 북한 석탄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고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용부두를 빌렸다. 지난 1년간 홈스크가 북한 석탄의 '해방구'였던 것이다. 관세청이 적발한 홈스크 환적 사례(작년 10월 4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A씨는 또 북한산 철 2010t을 북한 청진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옮긴 뒤 작년 8월 마산항으로 들여왔다. 북한 철이 밀수입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북 석탄에 이어 철까지 무방비로 뚫린 것이다.

이들이 국제 단속망을 피하는 수법은 간단했다.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허점을 노려 원산지를 러시아로 위조한 원산지 증명서를 세관에 제출했다. 세관 수입 검사가 강화된 작년 10월에는 인천항으로 무연성형탄 4156t을 들여오면서 원산지 증명서 제출이 필요없는 세미코크스인 것처럼 품명을 위장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만 이들이 중계무역 대가로 북한산 석탄을 받은 것이어서 북한으로 직접 대금 지급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현금이 부족해 수수료를 석탄으로 줬는데, 은행을 통한 돈거래는 없었다"는 것이다.

◇관세청 "남동발전 등은 피해자… 혐의 없어"

국내 반입된 북한산 석탄 가운데 작년 10월 27일 동해항으로 반입된 진룽호의 석탄 4584t은 납품업체 H사를 거쳐 한국남동발전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사의 응찰 가격은 t당 96달러로 타사 응찰 가격(t당 123~142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H사 입찰 가격이 당시 러시아산 석탄 평균 수입 가격(92달러)보다 높아 북한산으로 단정할 순 없었다"고 했다. 11월 서울세관 조사가 시작됐지만 남동발전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올 3월 북한산 석탄 4584t이 영동발전소로 옮겨져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발전 측은 "정부로부터 '북한산 석탄일 수 있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관세청은 H사, 남동발전 등 중간 판매자와 최종 소비 기업은 '선의의 피해자'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또 피의자들이 북한산 철을 거래할 때 신용장을 발행해준 국내 은행도 "불법 행위를 사전에 알아챈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만 "북한산 석탄을 국내 반입한 선박 7척 중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4척(스카이에인절,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은 국내 입항 금지를 추진하는 한편 안보리 대북 제재위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제재위가 사안의 경중을 따져 안보리 제재 리스트 등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3척의 경우, 향후 검찰 수사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입 업자들에 대해선 관세법 위반(부정수입·밀수입)과 형법상 사문서위조 혐의 등을 수사해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관세청은 향후 부정 수입이 의심되는 선박을 선별해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