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기후변화를 막을 기회를 영원히 놓쳤을까

2018. 8. 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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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22회 세계환경의 날’인 2017년 6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건너편에서 서울환경연합 활동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규탄하며 방독면을 쓴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1989년 당시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존 수누누의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는 인류 재앙의 방아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그의 회의는 눈앞의 편의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류의 이기심을 풀어놓는 촉매가 됐다.

지난 1일 발매된 <뉴욕타임스매거진>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이 어떻게 무위로 돌아갔는지를 탐사한 ‘잃어버리는 지구: 우리가 기후변화를 거의 막았던 10년’이라는 심층보도를 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이미 1950년대부터 인지되고, 대책이 논의됐다. 미국은 1956년부터 하와이 마누아 로아에서 탄소 방출량과 그 효과를 측정하는 ‘마누아 로아 이산화탄소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6년 뒤인 1961년에 지구온난화에 관한 선도적 과학자인 로저 레벨이 존 케네디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케네디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기후변화의 대책을 입안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자신의 취임 2주일 뒤에 의회에 특별서한을 보내, 자신들의 세대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대기 구성을 바꿨다”며 과학자문위의 이 문제 연구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보국도 1964년 비밀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에 주요한 경제적 문제들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향후 경제적, 정치적 충격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며 기후변화를 사활적인 안보위협으로 적시했다.

1970년대말부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아무도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과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현재 지구온난화 대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존 채비 상원의원 등은 정력적인 지구온난화 대책론자들이었다. 1988년 대선에 나선 아버지 조지 부시도 기후변화를 선거의제로 채택했다. 1979~89년은 기후변화를 막을 가장 좋은 기간이었다.

1979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1회 세계기후회의를 시작으로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속력있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980년대 말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량을 2005년까지 20% 감축해 동결하는 합의를 이뤘다. 실천됐다면 지구온난화는 기온 상승이 섭씨 1.5도로 멈췄을 것이다. 이런 노력은 1989년 11월 네덜란드 노르드비크에서 열린 주요 61개 기후 관련 각료회의에서 절정에 올랐으나, 바로 그 지점에서 좌절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의 틀에 ‘파투’를 냈다.

미국 대표는 탄소 방출 의무 조항 폐기를 강제했고, 최종 성명은 많은 국가들이 안정적인 탄소 방출을 지지한다는 선에서 나왔다. 이는 존 수누누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구온난화를 둔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결과였다. 수누누는 지구온난화가 유사과학의 결과물이며, 경제성장을 막으려는 환경론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관철시켰다. 이는 엑슨 등 석유메이저 등을 발호시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을 촉발시켰다.

엑슨 등이 주도한 ‘글로벌기후연맹’라는 산업계 로비단체, 미국석유연구소(API)가 친업계 과학자들을 동원해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주장을 전파했다. 의회에서 석유 및 석탄지대 지역구 의원들이 포섭됐다. 1994년 공화당이 40년만에 상하원 다수로 올라섰다. 온실가스 방출을 1990년대 수준에서 5% 줄이자는 1997년 교토의정서에 대해 상원은 95 대 0으로 인준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 후 기후변화 협정의 운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파리기후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서 잘 드러난다.

올해 전 세계적인 기록적 폭염, 산불,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이상은 그 결과이다. 이미 지구는 산업혁명 때에 비해 온도가 1도 상승했다. 이 추세로라면, 지구 온도는 4~5도 오른 뒤 안정화될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주장됐다. 5도 상승은 인류문명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을 기회를 영원히 놓쳤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지금의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간이 기존 삶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교정한다면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이론적 틀은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인류는 그럴 수 있을까? 수누누는 자신의 지시로 노르드비크 기후회의가 파탄난 것에 대해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희생시키는 공약 이행 없이 기후변화 대책을 지지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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