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비망록 국과수 감정' MB 반격..진짜 속내는?

김현섭 입력 2018.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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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뇌물 일지' 국과수 감정 주장
일일이 반박 전략 효과 낮다고 본 듯
자신감에 쐐기 박기일 가능성 낮아
법원 "원본 보고 감정 여부 결정하자"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8.07.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이 소위 '이팔성 뇌물 비망록'에 대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배경에 궁금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내민 '국과수 카드'는 사실상 이 혐의에 대한 마지막이자 유일한 승부수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이 향후 법정에서 반대의견 진술로 효과를 보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지난 10일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9차 공판에서 앞서 7일 처음 공개된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의심스럽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강 변호사가 노리는 것은 메모의 작성 기간이다. 그는 "국과수에서 계속 매일 썼는지, 몰아서 썼는지 감정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7일 재판에서 "그날 그날 적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했는데, 만일 짧은 시간 동안 한꺼번에 쓴 것으로 나온다면 비망록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돈을 조달해 총 22억6300만원이나 되는 뇌물을 이 전 대통령에게 교부하고도 원했던 자리(금융위원장·산업은행장·국회의원 공천 중 하나)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몰아서 쓴 것으로 나온다면 "이 전 대통령에게 원한을 품기 시작하면서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결국 메모 내용들을 일일이 따지기보다 비망록을 통째로 무의미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강수로 보인다.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하기 때문에 던지는 '히든카드'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정서 공개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은 사실상 '사초(史草)' 수준이다. 국과수 감정은 대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구속상태인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절박하지 않다면 굳이 내밀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기도 하다.

비망록은 2008년 1월10일부터 5월13일까지 41쪽 분량이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사청탁 및 금전공여를 둘러싼 경위뿐만 아니라 원하는 혜택을 얻지 못할 것 같은 상황으로 흘러갈 당시의 심경까지 날짜별로 담겨 있다.

구체적인데다 그 내용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많아 신뢰성까지 뒷받침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비망록에 '1월13일 오후 5시부터 롯데 크리스탈볼룸에서 지에스아이 747 후원회 함. 엠비 참석. 김백준 총무비서관 발령 전해들음'이라고 적었는데, 검찰은 "실제로 2008년 1월13일에 김 전 총무기획관이 인수위 비서실에 입성했다"고 밝혔다.

또 '2월23일 12시20분 통의동 사무실에서 엠비 만남. 약 2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웨이팅. 김희중 항상 고마웠음'이라고 돼 있는데, 검찰이 10일 공개한 김희중(50)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제가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 면담 일정 잡아줬던 것, 기다리면서 저랑 대화를 나눈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이 열린 지난 5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왼쪽 옆이 강훈 변호사. 2018.05.23. photo@newsis.com

그러면서 그는 "비망록 내용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전부 정확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서울시장이던 시절 비서관을 했고, 대통령 당선 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내 '영원한 MB 비서관'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4월3일에는 공여과정을 시간대 별로 상세히 적기도 했다. 검찰은 7일 재판 때 이에 대해 "이례적 물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은 ▲'저녁 18시 윤 기업은행장(윤용로 행장) 저녁 먹고. OOOO라는 일식당' ▲'거기서 먹던 중 20시30분경 010-OOOO-OOOO. 김일호 전화왔다. 원래 약속시간인 오후 10시 어렵다고. 본인은 경기도에 있어서 12시 좋겠다고' ▲'김대석 부회장으로부터 인계 받아(3억원) 마르샤에 싣고, 한강호텔 주차장으로 향해' ▲'1억5천 든 두 가방, 합계 3억을 김일호 차에 옮기고 떠남. 차 보려 했으나 어두워 넘버 안 보여' 등이라고 적었다.

강 변호사는 10일 재판부가 감정 주장에 대해 "10년 전에 썼다는 건데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제게 말해준 사람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7일 비망록 증거조사 후 국과수 감정을 생각하고 가능 여부를 전문가에게 문의한 것으로 보인다. 첫 공개 때 이미 일일이 반박하는 전략으로는 호소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섰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10년 전 일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측 기억도 분명하지 않아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자충수나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재판부는 "다음주 화요일(14일 20차 공판)에 (비망록) 원본을 보고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날 이 전 회장 비망록에 대한 이 전 대통령 측의 반대의견 진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 뇌물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16개 혐의 중 하나이지만, 유죄로 인정되면 법정형(특가법상 뇌물 수뢰액 1억원 이상)은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이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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