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설 원가공개' 이재명 선전포고..건설업계 "得 보다 失 커"

이동희 기자 입력 2018.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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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지사, 공공건설 원가공개·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영업비밀 노출·중소업체 부담 ↑..전국 확산 우려"
이재명 경기도지사(뉴스1 자료사진).© News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건설사업에 대한 원가자료를 공개하고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추진하면서 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업계는 영업비밀 노출에 중소건설사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 지사는 업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9월부터 경기도와 직속기관이 발주하는 계약금액 1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의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는 공공건설공사의 발주계획, 입찰공고, 사업비 총액 등을 담은 계약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원가가 담긴 공사 내역서는 정보공개청구로만 공개되고 있다.

경기도는 원가자료 공개로 공공건설사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막을 수 있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SNS를 통해 "2016년 4월 성남시장 시절 전국 최초로 공사 세부내역과 공사원가를 공개했다"며 "엄청난 비난과 반대가 있었지만, 공사비 거품이 꺼졌고 성남시는 예산절감을 바탕으로 가성비 좋은 복지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부당한 손실"이라며 "권력에 유착해 불로소득을 누릴 수 없도록 철저히 막고 도민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는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재료, 노무 등 수량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이다.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표준시장단가가 표준품셈보다 대체로 낮다"며 "도내 진행 중인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 3건을 적용한 결과 공사 예정가격이 낮게는 3.9%에서 높게는 10.1%까지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국내 한 건설현장의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장수영 기자

원가공개와 표준시장단가 적용 등을 내세운 이 지사의 행보에 건설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이 같은 변화가 전국적으로 확대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공공건설사업의 원가공개에 대해 영업비밀 노출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공사 내역서에는 자재비, 인건비 등 원가와 명세서, 원·하도급 가격 비교 등 자료가 포함돼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주장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 절감 효과보다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로 잃는 것이 더 클 것으로 본다"며 "적폐로 몰리는 건설사를 타깃으로 삼아 좁아진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헀다.

표준시장단가 적용은 중소업체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는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면 중소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표준셈법 적용을 오히려 현행 100억원 미만에서 3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건설업계의 이 같은 반발에 이 지사 측은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맞섰다. 그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라며 "관급공사는 도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므로 도민에게 원가를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 앞에서 어떤 방식이 옳은지 공개토론하자"고 건설협회에 제안했다.

중소건설업계는 더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대형건설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중견건설사"라며 "원가공개 바람이 전국적으로 퍼질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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