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연금 차라리 폐지하라" 靑 게시판에 국민청원 폭발

송기영 기자 2018. 8. 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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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을 정년 이후까지 더 오래 내고 최초 수령 시점은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가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당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지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정부는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20년만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자 가입자들이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청와대 신문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관련 청원이 900여건 올라왔다. 아예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청원글도 상당수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국민연금 인상안은 정부 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을 흘리고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차라리 폐지하라”... 靑 게시판에 국민연금 폐지 청원 봇물

청와대 신문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연금 폐지 청원글/홈페이지 캡쳐

12일 국민연금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연금의무가입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금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오는 17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공개된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장기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제도 개선, 기금운용발전방안 등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5년마다 실시된다.

보고서에는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도 담겼다. 현행 45%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의 비율)을 더는 낮추지 않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에 당장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오는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장기적으로 서서히 인상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1.8∼4%포인트 오르게 된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더 내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소식지 전해지자 가입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청와대 국민신문고 청원게시판에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국민연금 관련 청원글이 971건 올라왔다.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청원도 300건에 달한다.

청원글은 국민연금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 청원인은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연금 폐지를 명령한다’는 청원 글로 “국민의 돈을 정부는 국민의 동의 없이 여기저기 투자해 수많은 손실을 초래했고, 이제는 그 원금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자유의사 가입을 당장 실행하고, 해지희망금을 전액 환급하라”고 했다.

또다른 청원인은 ‘국민연금 개정 68세 수령 강력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행제도에서도 60~64세까지 5년이란 공백이 있는데 이 부분도 보완하지 않은 정부가 68세 연금 지급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냐”며 “국민연금 부실은 방만경영이 주원인인데 연금의 투명한 집행과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가입자들의 지적대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적은 정부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금 적립금 635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0.49%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5.72%) 수익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1.19%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인 -0.26%보다도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 고갈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기금운용 실적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은 5년 정도 앞당겨진다”고 지적했다.

◇ “정부안 아니다”며 발뺌하는 정부… “文정부 국민 혼란만 야기”

그래픽=조선일보DB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오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관련 보건복지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최근 언론보도 등에서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이 확정적인 정부안처럼 비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시되는 안들은 정책자문안으로 바로 정부 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조정, 수급개시 연장 등은 자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정부는 위원회의 자문안을 기초로 각계 이해당사자들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협의 등을 거쳐 올해 9월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 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처 장관이 휴일 오전에 사건·사고가 아닌 정부 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 입장문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등에서 가입자의 부담 증대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는데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방문해 “계속 문제가 돼 왔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 못하고, 해결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며 “연금 자체의 문제를 벗어나서 우리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산업구조를 바꾸는 문제 등에 대한 인식도 없고 성장 모델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계속 지금 국민들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논의조차 된 적 없는 사안”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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