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직업 실전 배우는 '청년학교' "영화 촬영 힘들지만 일의 매력 알게 돼"
[경향신문] ㆍ대구시, 전국 최초로 개설
ㆍ“10명 중 9명이 긍정적 평가…내년부터 1년에 두 번 운영”
“카메라 롤~ 레디 액션.”
지난 11일 오전, 대구 동구 효목1동 아양아트센터 앞. 정장 차림을 한 20대 여성이 휴대전화를 든 채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고, 주위에는 카메라와 붐 마이크 등 영상·음향 장비를 든 또래들이 서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여성은 ‘나 잘렸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직장에서 해고된 20대 청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이들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생애 첫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날 촬영은 오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주인공의 집으로 설정한 달성군 한 아파트에서의 야간 촬영은 모든 스태프가 숨죽인 가운데 에어컨마저 끄고 이뤄졌다. 어느덧 ‘영화인’이 된 듯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10~20분 길이의 단편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독과 조연출, 촬영감독, 음향감독 등의 호흡이 중요해요” “직접 (영화를) 찍어보니 참 힘들고 어렵지만 매력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가 2016년부터 전국 최초로 만 19~39세 젊은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청년학교’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년학교는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커리큘럼으로 꾸려, 청년들이 저마다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올해 프로그램은 ‘딴길’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부터 이달 말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국의 청년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취업을 하게 되고,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다”면서 “소규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경우는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관심 분야의 전문가가 청년에게 지식을 가르치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건 대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설 학과로는 시나리오 작성·촬영·편집 등 단편영화 제작 전반에 대해 배우는 ‘영화학과’, 농작물을 수확해 음식을 만드는 ‘삼시세끼학과’, 직접 쓴 글로 책을 만들어 보는 ‘독립출판학과’, 청년 채무상담사 양성 기초과정을 배우는 ‘내지갑트레이팅학과’, 철인3종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해당 종목을 연습하는 ‘체육학과’ 등 11개가 있다. 시는 입학금 5만원을 받지만, 각 학과 교육과정의 70% 이상을 소화하면 이를 돌려준다.
이번 학기에는 총 185명이 몰려 2년 전(53명)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선발기준은 신청 순서다. 수강생을 대상으로 대구시가 지난해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매우 만족 53%·만족 37%)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요한 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학교 등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됐다는 청년이 점점 늘어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내년부터는 이들 학교를 1년에 두 차례로 나눠 운영하는 등 매년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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