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 올들어 0%대로 곤두박질

입력 2018.08.13. 03:00 수정 2018.08.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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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안 논란]개편 논의에 민심 부글부글

[동아일보]

“국민연금 납부 기간은 계속 늘리고 수령 시기를 늦추면 연금만 내다 그냥 굶어죽으란 말이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만간 이뤄질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10일부터 1000여 건 쇄도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1∼13%로 올리는 대신 연금을 받는 나이는 현재의 65세에서 68세로 올려야 한다는 개편안의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앞으로 나오는 연금은 더 깎일 가능성이 있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더 조금 받는 연금 개편안을 두고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는 등 민심이 들끓고 있다. 그렇다고 저출산 고령화 속에 연금 고갈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연금 폭탄’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뒤 자영업자 불복종 운동→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청 사이에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국민연금 개편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불신’

국민연금 폭탄이 점화된 건 17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를 발표하기로 하면서다. 2013년 3차 재정추계 당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60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 당겨진 2057년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금을 열심히 부어도 정작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젊은 세대들은 ‘차라리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5월 현재 634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적립금은 계속 늘어 2043년 2500조 원대까지 불어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령화의 영향으로 2044년부터 급격히 쪼그라들어 2057년에는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것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5%대 이상을 유지할 때 얘기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7.28%로 전년보다 2.59%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의 수익률은 0.49%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국내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26.31%에서 올해 ―1.18%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기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째 공석이다.

이렇다 보니 미래 세대가 노후에 받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즉, 일할 때 버는 돈과 비교해 은퇴 후 연금으로 얼마나 받는지를 나타낸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였다. 100원을 벌던 사람은 노후에 70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당시 50%였던 소득대체율을 매년 0.5%씩 낮춰 2028년 40%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5%다. ‘용돈 연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1952년생 이전은 60세부터 연금을 받았지만 점차 늦어져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는다. 60세에 퇴직하고 나면 65세까지 5년간 ‘소득 절벽’이 생기는 셈이다.

○ ‘국민연금 폭탄’에 부랴부랴 진화 나선 정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불복종 운동에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 폭탄’마저 터질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이례적으로 장관 명의의 해명자료를 냈다. 보험료 인상, 의무가입기간 상향 조정(60세→65세), 연금수령 시기 상향 조정(65세→68세) 등은 자문기구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17일 공청회 후 각계 의견을 수렴해 9월 정부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최종적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게 된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등 개편을 추진하자니 반대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고, 소폭 개편으로 끝내자니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 분위기도 변수로 꼽힌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금 개편의 동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국회가 연금 개혁을 과감하게 시도할지도 미지수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편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나올 때마다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근원적 해결책을 마련하기보다 땜질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선진국들도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춰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대신 퇴직연금 제도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반발이나 정치적 판단을 넘어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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