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파 위기 국민연금.. 국민 지갑만 터나

안중현 기자 2018. 8.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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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험료 올리거나 수령 시점 늦추는 등 엉뚱한 카드만
사령탑 운용본부장 부재 1년 넘어.. 5월까지 수익률 0.49%

635조원이나 되는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5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정부는 기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데도 이런 문제부터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의 추가 부담을 늘리거나 연금 수령 시점을 더 늦추는 해법만 찾고 있다.

기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 공백 사태가 1년 이상 길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지난 2014~2016년까지는 4~5%가량이었고, 지난해엔 글로벌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7.26%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0.49%로 추락했다. 특히 5월까지 국내 주식 부문에서 거둔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1.18%를 기록했다. 올 들어 미국·중국의 무역 분쟁이 불거지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작년과 비교하면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시장 수익률보다도 0.93%포인트 낮은 대목은 뼈아프다.


국민연금의 실적 부진은 기금운용본부가 총체적 난맥에 빠진 것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무엇보다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사표를 낸 뒤 올해 5월에서야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신임 CIO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낙마했다. 이 과정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이 이는 등 잡음만 커졌다. 결국 국민연금은 지난달 다시 CIO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신임 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장(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의 이름이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를 불편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재벌 공격수를 뽑으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했다. 실제로 주 전 사장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거쳤지만 주로 전략기획실·리테일본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운용·투자는 물론 평가와 분석 쪽 경력이 없다.

'머리' 문제도 심각한데 '손발' 문제도 그에 못지않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팀장 2명을 각각 해외증권실장과 해외사모팀장으로 승진 발령냈지만 주식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자리 2개가 여전히 비어 있다. 2016년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70명 넘게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최근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투자 경력 직원 공개 채용에 나서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이 근무지가 서울인 KIC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금융 경쟁력은 사람"이라면서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율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지배 구조를 만들어야 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조직 구성을 보면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위원장을 포함한 정부 측 인사가 6명이나 된다. 또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한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은 각각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사회문화분과위원장,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추천 위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기금 위원 절반가량이 정부의 의지에 좌지우지될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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