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훔쳐 추락사한 20대, 관제사에 "소동피워 미안하다"

차미례 2018. 8. 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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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기 비행 끝내면 곧장 추락할 것 " 예고도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이튼빌 상공을 항공사 소속의 한 남성이 훔친 호라이즌 항공의 터보프로펠레 비행기가 날고 있다.

【시애틀( 미 워싱턴주) = 뉴시스】차미례 기자 = 지난 10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소형 항공기를 훔쳐 몰다 추락사한 항공사 직원이 마지막 순간에 관제사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었다고 AP통신과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다.

29세의 항공사 직원 리차드 러셀은 이 날 훔친 상용 소형기로 공중 묘기 비행까지 해본 뒤에 전투기 2대의 추적을 당하며 인근 케트런 섬의 숲 속에 추락해 사망했다. 하지만 관제탑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그는 명랑한 목소리로 농담도 하고, 관제사의 프로 다운 태도에 대해 칭찬을 하는가 하면 "소동을 피워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 생각엔 지금 곧 배럴 롤링의 묘기 비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이 잘 되면 기수를 곧장 지상을 향한채 내려가서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그는 관제사에게 말한 것으로 녹음 기록에 남아있다.

피어스 카운티 검시관 사무소는 12일 러셀이 불탄 항공기 잔해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발표하고, 그의 추락이 사고였는지 고의로 인한 것이었는지는 수사관들이 밝혀내야 할 몇가지 과제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 밖의 다른 과제들에는 어떻게 9.11 테러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국내 주요 공항에서 누군가가 통제 받지 않고 항공기를 무단 절취할 수 있느냐 하는등 보안의 허점도 포함되어 있다.

러셀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으로 끝났지만, 마음만 먹었다면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을 수도 있다. 그가 항공기를 이륙시킨 시점에는 그곳에서 불과 19km 떨어진 사페코 비행장에서 인기 높은 매진을 기록한 펄 잼의 대형 콘서트가 열리고 있어서, 수 십만명의 군중이 테러 공격이 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항공사 직원이 소형 항공기를 훔쳐 몰다 추락하는 사건으로 인해 공항보안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라이즌 에어의 직원인 러셀은 지난 10일 저녁 8시쯤 훔친 76인승 Q400 항공기를 몰고 한 시간쯤 비행을 했으며 묘기 비행까지 해 낸뒤 시애틀 타고마 공항에서 30마일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이에 대해 타고마 공항측은 “(이번 사고는) 항공사 직원이 승인 없이 이륙한 것이며, 승객은 없었다”고 밝혔고 호라이즌에어의 모기업인 알래스카항공은 “ 범인은 호라이즌에어에서 지상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항공의 CEO 브래드 틸던은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알래스카 항공 그룹뿐 아니라 모든 항공사들이 크게 각성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호라이즌 근무경력이 3년 반쯤 되는 러셀은 지상근무자로 항공기의 견인과 이륙장으로의 인도, 게이트 연결, 항공기 동체 해빙, 화물 관리등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고 전 비행기를 원래 방향에서 180도로 돌려놓고 활주로를 향한 유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한 다음 이륙했다. 그가 항공교습을 받은 적이 있는지, 비행교습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는지 모르지만, 이륙기술을 습득한 건 사실이며 비행술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의 항공기는 열쇠가 필요없고 버튼과 스위치 만으로 모든 명령의 수행이 가능한 자동 계기판을 가지고 있었다.

러셀은 이륙후 남서쪽을 향해 올림픽 산을 향해 날다가 항공관제사가 착륙을 설득하자 큰 소리로 "연료가 올림픽 산까지 갈만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름다운 경관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또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으며, 이렇게 소동을 피우고 이런 짓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또 관제사에게는 "정말 침착하고 차분하며 명석한 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비행이란 "돌풍"이나 같아서 별로 도음이 필요없이 배웠다고 말하고 " 전에 (비행)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내가 무사히 착륙하면 알래스카 항공에서 조종사 일자리를 줄까요? "하고 농담까지 했다.

그는 이어서 관제사에게 "사실은 착륙계획은 없다"면서 자신을 " 그냥 망가진 인간( broken guy)일 뿐"이라고 묘사했다. 그가 추락한 케트런 섬은 인구가 희소한 작은 섬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러셀은 소셜 미디어에서 "비보"란 이름으로 통했다. 그의 페이스북은 대중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거기에는 알래스카주 와실라가 고향이며 그 동안 워싱턴주 섬너에 거주했고 2012년 결혼한 것으로 밝혀져있다.

지난 해에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자기 직업과 여행지의 사진,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엄청난 양의 가방들을 싣는다. 정말 많은 가방들이다. 가방이 너무 많다"고 썼다.

러셀의 소식을 듣고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러셀이 누구도 해칠 생각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며 그가 말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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