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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남북 고위급 만난 날 "종전선언 언급은 시기상조"

유지혜.권유진 입력 2018.08.14. 00:08 수정 2018.08.14. 06:36
국립외교원서 '한·미 관계' 강연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같이 가야"
국무부도 "대화·제재 별개" 선 그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국립외교원에서 미래 한·미 관계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남북이 원하는 조기 종전선언에 대해 “지금 우리가 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고,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한·미 관계:새로운 65년을 향하여’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종전선언의 당사자는 누구냐는 질문에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한 합의가 이행되는 것이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행동은 같이 가야 한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북 간 고위급회담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달 초 언론 간담회에서도 종전선언보다 북한이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조치 등을 선의로 했으나 미국 측의 보상이 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데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조치로는 부족하며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작업’에 나서달라는 요구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남북이 고위급회담을 갖고 3차 정상회담을 논의한 데 대해서는 “국무부의 공식 입장을 내가 갖고 있지 않다.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우리는 물론 한국과 북한 문제에 대해 일치된 대응을 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적극적인 환영이나 기대 표명 대신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선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국무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나 미국의 제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 등 일부 국가들이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대한 국무부 답변이었다. VOA에 따르면 국무부는 “전 세계 국가에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행동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의 약속은 좋은 것이지만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행동만이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단 국무부 관계자는 VOA에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큰 탄력이 붙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진행 중인 과정의 첫 단계였을 뿐”이라며 “북·미가 신속하고 곧바로 추가 협상을 위해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미국과의 공조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알렸다. 남북 협력사업 등을 논의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남북 경협은 물론 기초적인 남북 협력사업에서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면제해야 추진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양 정상회담 때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회담 성과로 발표하려면 사전에 미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가을 중간선거 전에 외교적 성과를 낼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북·미 간 물밑에서 밀당을 통해 예상치 못한 깜짝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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