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보수 돌입한 정유업계..근로시간 단축 대책 '골몰'

조지원 기자 2018. 8.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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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주 80~90시간 근무했지만 52시간으로 단축오일뱅크, 2조2교대를 3조3교대 전환해 보수 실시

2016년 대대적인 정기 보수를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 ‘울산CLX’ /SK이노베이션 제공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정유‧화학업계 정기 보수가 본격화됐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영향으로 인력 집중 투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보수 기간이 늘어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보수 기간이 늘어나면 정유‧화학업체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14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10일부터 정기 보수를 위해 제1공장(원유 정제 처리시설 및 중질유 분해시설 등)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은 오는 9월 10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작년 한 해 현대오일뱅크 1공장의 매출은 3조9318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했을 때 정기보수가 진행되는 한달 간 공장 운영이 중지되면 약 3276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정유‧화학업계는 설비에 따라 매년 또는 2~3년에 한 번씩 공장을 정기적으로 보수하면서 설비를 점검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한다. 보수 기간에는 해당 설비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상반기에 정기 보수를 진행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은 10월에 할 예정이다.

정유‧화학업체들은 보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력을 집중 투입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이 기간에 주당 80~90시간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주당 근로시간이 최장 52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정유‧화학업계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고용부에서 정유‧화학업계의 정기 보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별 연장근로 인가제는 자연재해, 재난 등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할 경우 고용부 장관 인가 절차를 받아 1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초과할 수 있는 제도다. 정유업계는 정기 보수를 자연재해나 재난 등 특별한 사정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고용부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정기 보수 때문에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보수 기간을 늘릴 경우 실적에 큰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난도 작업이라 숙련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임시직을 쓸 수도 없다. 이에 보수 작업을 앞둔 정유‧화학업체들은 현대오일뱅크가 정기 보수 작업 일정을 계획대로 끝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9월 10일까지 보수 작업을 끝낼 경우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후 처음으로 정기 보수에 나서는 현대오일뱅크는 보수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는 동시에 교대제 개편, 외부 인력 추가 등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기간 내에 보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엔 정기 보수 기간에 근로자가 2조 2교대로 근무했으나 올해는 3조 3교대로 전환했다. 3조 3교대로 근로자가 주당 56시간 근무하게 되면 반차를 지급하고, 빠진 인원만큼 외부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오일뱅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보수 전이라 인력이 얼마나 더 투입되고 기간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LG화학(051910), 한화케미칼(009830), 롯데케미칼(011170), 금호석유화학(011780)등 하반기 정기 보수 일정을 앞둔 국내 정유‧화학업체들도 탄력 근로시간제, 숙련 인력 재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는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기존 2주(취업 규칙) 또는 3개월(서면 합의)에서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력근로 시간제는 일정 단위기간 안에서 일이 몰리는 때 노동시간을 늘리고, 한가할 때 단축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정유‧화학 정기 보수가 짧으면 1개월에서 길면 3개월 걸리는 만큼 단위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나야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탄력근로 시간제를 3개월로 한다고 해도 한달이나 한달 반을 집중 근무하면 나머지 기간을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쉬어야 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며 “몇 년에 한 번 하는 정기 보수 때문에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도 없고, 공장을 하루 멈추면 수백억원대 손실이 생기는 상황에서 보수 기간을 늘릴 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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