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바꾸려면?..신경세포 2000개만 조절하면 된다

김진호 기자 2018. 8.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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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든 식물이든 낮과 밤을 인지해 생활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연구팀이 대량의 암컷과 수컷 쥐의 SCN을 체외에서 배양한 뒤 빛에 노출되는 양과 기간을 달리했을 때 흥분하는 정도를 밀리초(ms) 단위로 측정한 결과, 성별에 관계없이 약 9%가량 (오차범위 2.4%)의 신경세포만이 생체리듬을 바꾸는 신경전달 물질인 '소장혈관성 단백질(이하 VIP)'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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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시교차상핵 활성 실험, 4~10일이면 생활패턴 완전 변해

# 매일 낮밤이 바뀌어 생활하던 이상훈(29)씨는 백수탈출에 성공하며 지난 달 1일부터 모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처음 사나흘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몸에 힘이 없더니 한달 여가 지난 지금은 낮에 깨어있는게 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수년을 밤에 활동하던 몸의 리듬이 어느새 낮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직장을 잡거나 긴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새로운 생체리듬에 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GIB 제공

동물이든 식물이든 낮과 밤을 인지해 생활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포유류나 파충류의 경우 이같은 일주기 리듬은 시교차상핵(이하 SCN)이 빛과 반응해 결정된다. SCN은 시신경이 교차해 뇌로 들어가는 길목인 뇌 중심부 앞쪽 말단에 위치한다. 사람과 쥐의 SCN은 뇌 크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약 2만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갑자기 낮과 밤의 패턴이 뒤바뀐 경우처럼 생체리듬이 바뀔 때 우리 몸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에 대해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답변을 내놓았다, 쥐의 경우 SCN에 있는 뉴런 중 약 10%의 활성 양상을 바꾸면 생활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캠퍼스 생물학과 에릭 헤르조그 교수팀은 7월 12일 학술지 ‘뉴런’을 통해 SCN에 있는 신경세포 중 10%의 활성도만 조절해도 빛을 인지하는 생활 패턴이 바뀐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교차상핵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비말(Bmal)1과 클락(Clock), 그리고 프로이드(Period) 1과 2 등 핵심 생체 시계 유전자 발현량이 조절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SCN의 모든 신경세포가 관계하는지, 특정 세포만 관여하는지 등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대량의 암컷과 수컷 쥐의 SCN을 체외에서 배양한 뒤 빛에 노출되는 양과 기간을 달리했을 때 흥분하는 정도를 밀리초(ms) 단위로 측정한 결과, 성별에 관계없이 약 9%가량 (오차범위 2.4%)의 신경세포만이 생체리듬을 바꾸는 신경전달 물질인 '소장혈관성 단백질(이하 VIP)'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쥐의 SCN 내 신경세포 중 약 2000여 개만이 VIP를 생산할 수 있단 뜻이다.

특히 VIP를 만드는 신경세포는 두 종류로, 항상 긴장을 유지하다 빛 자극이 왔을 때 계속 활성화되는 긴장성 VIP 신경세포와 불규칙적으로 흥분하는 비규칙성 VIP 신경세포로 구분됐다. 헤르조그 교수는 “두 가지 VIP 신경세포의 흥분 양상을 조절하면 생체리듬이 변환하는 속도를 바꿀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체리듬을 결정하는 신경세포의 종류를 특정한 데 이어, 헤르조그 교수팀은 VIP 신경세포와 생체리듬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연구 결과를 이달 6일 ‘신경과학저널(JNeurosci)’에 추가로 발표했다. 낮과 밤 동안 활성화되는 쥐의 뇌 속 VIP 신경세포의 양과 그에 따른 생체시계 관련 유전자량들을 비교, VIP 신경세포가 생체리듬을 결정하는 핵심 키임을 보다 확실히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체외 배양 중인 SCN 조각에 VIP 신경세포를 화학적으로 표시한 다음, 20Hz와 4Hz 등 진동수가 다른 빛을 1시간씩 쪼였다. 그 결과 20Hz의 강한 빛을 쏘인 경우 VIP가 과발현돼 생체시계 유전자에 발현량도 덩달아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빛을 쥐에게 하루 한시간씩 쬐면 빛의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10일 사이 생체시계 관련 유전자 발현량 등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하는 것도 확인했다. 특정 생활 패턴을 약 1~2주간 유지하면, 몸이 새로운 생활 패턴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르조그 교수는 논문에서 “VIP 신경세포의 활성화 정도는 생체리듬의 변화 속도를 결정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여행지에서 돌아왔을 때나 근무 패턴이 바뀐 사람들의 시차적응 기간을 줄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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