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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작년 회의록 보니.."은산분리 완화는 일부기업 특혜"

입력 2018.08.15. 10:16 수정 2018.08.15. 13:56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청와대 '급선회'에 민주당 의원들 당황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발맞춰 박근혜 정부 시절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등 ‘은산분리’ 원칙을 당론으로 고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자본의 인터넷 은행 지분 소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론 변경에 대한 논의와 지지층 설득 과정 없이 여당이 청와대 입장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당론은 ‘은산분리 완화‘ 반대

15일 <한겨레>가 지난 20대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 등을 살펴보니 여당 소속 정무위원 10명 가운데 7명(김영주·김해영·박용주·박찬대·이학영·전해철·제윤경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2월 정무위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관련 공청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김영주 의원(현 고용노동부장관)은 “우리 당은 금융위원회가 당초 밝힌 대로 (은산분리 원칙이 담긴) 현행법(은행법) 체제 하에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식은 금융 소비자의 편익과 보호 측면의 접근이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으로 일부 기업에 특혜를 몰아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오해가 많다”고 했다. 김 의원의 말대로 민주당의 당론은 ‘은산분리 유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집’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라고 언급돼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를 4%로 제한한 현행 은행법의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하며 규제 완화 방침을 공개 표명한 뒤 여당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인터넷 은행 활성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새 금융 산업 돌파구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 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 성과도 낼 수 있다”며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장점이라고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효과 등은, 지난해 공청회에서 이미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실익이 없다며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이다.

“인터넷은행의 장점으로 중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365일 또 24시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얘기들을 하셨는데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님 말씀대로 지금 우리나라 시중은행들도 점포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 이런 중금리 대출이 가능한 이유가 인건비, 그리고 점포유지비를 절감해서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그러면 일반 은행도 지금 충분히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리고 365일 24시간 서비스도 지금 얼마든지 모바일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서 시중은행이 담당하고 있고요.

그리고 보완적 고용대책, 아까 부위원장님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도 인력이 적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적은 인원을 고용할 것이고 그리고 반면에 또 시중은행에 대한 고용은 점점 줄어들 것 아니겠습니까,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면? 그러면 보완적 고용대책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김해영 의원)“

“이 논의 자체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이 규정이 일반 은행의 은산분리 규정으로 연결될까 해서 우려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사실 이런 부분들이 이야기된 건데요. (중략)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이야기 많이 나왔는데요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이 되면 금융권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이 마치 많은 것처럼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인 은행시장의 특성상 기존의 은행업에 대한 일자리 구조조정이 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존 은행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켜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은행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박찬대 의원)“

그간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 등에 우려를 공개 표명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의 경우 각각 280여명과 500여명의 인력만 채용했을 뿐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한다. 박 의원은 “이마저도 대부분은 기존 은행에서 근무하던 인원이고 신규 일자리가 아니다”며 “한국은행이 국회에 낸 ‘2018년 6월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더라도 인터넷 전문은행은 1분기 기준 전체 가계신용대출액의 96.1%를 신용등급 1등급 고객에게 내줬고, 이는 국내 시중은행 평균(84.8%)을 넘는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오히려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했다는 뜻이다.

청와대 입장 ‘급선회‘에 여당 일부 의원도 ‘답답‘

이 탓에 박 의원은 현재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무위 간사로서, 박 의원과 함께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던 이학영 의원도 당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제윤경 의원도 특례법 제정과 별개로, 민주당이 케이뱅크 설립 특혜 의혹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설립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금융위원회가 설립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최순실 게이트’ 당시 케이티(KT)가 차은택씨 측근인 이동수 전 케이티 전무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발표 직전 입사시키고 케이뱅크 예비인가 직전 승진시킨 것을 들며,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반대했던 당론을 수정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 등은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당론을 바꾸기 위한 당 내부 논의가 부족했고, 불가피하게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설명해 지지층을 설득하는 노력도 없었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상황에 따라 인식이 달라질 수 있고, 처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해온 얘기가 있는 만큼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의견 수렴 등 당내 절차를 잘 밟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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