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여친 힘들어요" 커지는 젠더갈등

이용건,박대의,김희래,이희수,강인선,류영욱 2018. 8.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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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규범에 짓눌린 新피로사회④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유건우 씨(가명·25)는 최근 2년째 사귄 여자친구와 이별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올해 초 '미투 열풍' 이후 젠더 이슈를 부쩍 열심히 공부하던 여자친구 김 모씨(25)가 최근 남성을 비하하는 언행을 유씨를 향해서도 남발하기 시작해서다.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단어인 '한남' '냄져'와 같은 단어가 다른 주제에 대한 대화 중 섞여 나온 것은 이미 수개월 전 일이다. 최근 김씨가 남성 성기를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된 모욕적 언사까지 자신에게 내뱉는 모습을 보고 유씨는 "이제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낙담했다.

'여성 차별·혐오적 행위를 모방한다'는 의미인 '미러링'이 연인, 친구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침투하면서 일상 속 젠더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주의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의 여성 혐오적 말투나 행위를 남성 혐오 성향 사이트 '워마드' 등에서 모방하면서 시작된 미러링이 특정 성별을 지닌 '집단'이 아닌 개인을 향한 비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혼 4년 차 직장인 정 모씨(35) 역시 최근 들어 '결론 없는' 부부싸움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맞벌이를 하는 탓에 결혼 초부터 집안일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갈등이 많았던 정씨 부부지만 대부분 건전한 대화로 해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툼이 "오빠도 결국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이구나" 하는 아내의 일방적 중단으로 끝날 때가 많아 정씨에게는 큰 고민이 되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는 물론 어떤 여성에게도 '김치녀' '된장녀'라고 해본 적이 없는데 '한남'으로 취급받으니 할 말이 없다"면서도 "직장 일로 잘 보지도 못하는 세 살 아들 앞에서 이런 문제로 싸울 수는 없어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정씨는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용건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 강인선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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