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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부수립 70년 자랑스런 나라" 건국 언급 안했다

강태화 입력 2018.08.16. 00:05 수정 2018.08.16. 08:23
광복절 경축사 분석 - 역사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 앞두고
보수·진보 논쟁 부를 표현 피해
"친일은 우리 역사 주류 아니다"
정치 주류 교체 의지 다시 밝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논쟁으로 비화한 건국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도보다리 모형에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는 지난해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다”고 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진보 진영은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본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의 기점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행사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정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1주년, 건국 68주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원고 작성 단계에서부터 ‘정부수립 70주년이라는 표현을 분명하게 넣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직접 요청이 있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청와대 오찬간담회를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생법안 처리와 남북 경제협력 등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건국절 발언은 피하면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다”며 건국을 임정 수립과 연관지었다.

특히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며 여러 차례 제기해 온 ‘주류 교체’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교체해야 할 ‘구(舊)주류’가 친일 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초 원고 초안에는 ‘친일이 주류’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강조해 넣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평소와 달리 이번 경축사 원고는 본인이 직접 수정을 많이 했다”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통일론과 주류 교체론 등 정치철학이 응축된 연설문이 됐다”고 설명했다.

‘친일 주류’를 언급한 문 대통령은 이어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켜 많은 금기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다”며 “안보를 내세운 군부독재의 명분이 되었고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 갈등과 색깔론 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빌미가 되었으며 특권과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역사관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 발언이란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건국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보수 야당에선 문 대통령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사실(史實)마저 부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 인식과 의도가 무엇이냐”며 “애국선열이 피와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퇴색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국 70주년 기념식’을 따로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백해무익한 논쟁이 아닌 생산적인 비판과 발전적인 협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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