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운영 냉면집, '일베 폭식투쟁' 지원 의혹에 결국 폐업

배재성 입력 2018. 8. 16. 11:00 수정 2018. 8. 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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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뮤지컬 제작자 정성산(49) 감독이 운영하는 평양냉면 전문 식당 ‘평광옥’이 문을 닫는다. 지난해 11월 문 연 지 약 10개월만이다.

정 감독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죄송합니다. 평광옥 접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보름 전쯤 동업자들이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안 되겠다’며 가게를 정리하자고 했다”고 썼다. 그는“투자자들이 ‘평광옥 때문에 모든 신상이 털릴 판’이라는데 할 말을 잃었다”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4월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보도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기 위해 연 ‘폭식 집회’ 배후를 추적한 이 방송 속 집회 영상에서 정 감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10여 초간 노출됐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정 감독의 식당 이름, 위치가 올라오면서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정씨는 “당시 세월호 천막 인근 다른 행사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9월 당시 애국청년들이 나와 새로운 형식의 문화행사를 한다해서 ‘평양마리아’ 티켓 나누어주고 맥주 한 캔에 피자 한 조각먹고 왔는데 나보고 ‘일베 폭식 투쟁’ 기획자라고 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정 감독이 운영하는 평양냉면집 뒤로 노란색 스프레이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 SNS 캡처]

그러나 방송 이후 ‘평광옥 불매운동’은 이어졌다.

지난 4월엔 40대 남성이 정 감독이 운영하는 식당에 노란색 페인트로 세월호 리본 모양 낙서를 하고 도망쳤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그는 ‘너의 미친 신념보다 인간 된 상식적인 도리가 먼저다. 그런 가당치 않은 신념 따위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팔다니’라는 대자보도 남겼다.

정 감독은 “올해 4월 말 MBC의 악의적인 방송으로 시작된 ‘평광옥 불매운동’과 ‘평광옥 테러’ 사건 이후 수많은 분이 가게에 찾아와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도 “수많은 악플러의 인신공격과 관할구청 신고에도 법치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행정명령들을 이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데 보름 전쯤 동업자로부터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안 되겠다’며 건물주와 상의 후 가게를 정리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식당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저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식당에 투자한 동업자분들의 신상을 알아낸 뒤 (그들의) 회사로 전화해 ‘정성산은 위험인물이며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 투자한 당신들을 꼭 국세청에 신고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업자들의 신상까지 털 생각을 했을 정도로 내가 과연 그들에게 그렇게도 잘못 산 것인가. 내가 왜 ‘위험인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죄송하지만 (가게를) 잠시 접고 제 건강치료부터 받겠다”며 “절대 끝난 게 아님을 미리 말씀드린다.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독하게, 강하게 다시 일어서야겠다. 항상 감사한 여러분들과 감사해야 행복해지는 진리를 깨우쳐 주는 여기는 대한민국,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며 글을 마쳤다.
[사진 SNS 캡처]

정씨의 본업은 영화감독이다. 평양연극영화대를 나와 모스크바대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정 감독은 한국에 온 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출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각본을 담당했고 2005년 영화 ‘빨간 천사들’로 데뷔했다. 이어 2006년에는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열악한 인권 참상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총제작 감독을 맡았다. 이 뮤지컬은 해외에서도 공연됐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량강도 아이들’도 정 감독의 작품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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