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나온 워마드.."착한 시위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예슬 2018. 8. 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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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본좌는 유죄, 안희정은 무죄? 남자들 답 없다"
"더 과격하고 살벌한 '워마드發 시위'에 나서야"
文탄핵 태극기 집회 동참해 청와대쪽 가두행진
"정제된 운동했지만 '결과 제자리'란 문제의식"
"이제 대통령 탄핵까지 요구하며 그 한계 넘어"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 워마드 회원 40여명이 모여있다. 2018. 08.15 hummingbir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예슬 김진아 기자 = 불법촬영 편파수사 비판 여론을 촉발시킨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가 오프라인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홍대 미대 몰카범 실형 선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 등 여성 관련 이슈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회원들 가운데서는 더 이상 ‘착한 시위’는 안 통한다며 ‘워마드 발(發)’ 시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광복절 당일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좀 더 과격한 여성 집회를 기획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16일 워마드에는 "홍본좌(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불법촬영, 유포해 구속된 안모씨)가 유죄인데 안희정이 무죄라는 게 말이 되느냐", "미투 운동이 일어났는데도 결과가 이렇다는 것은 남자들은 바뀔 생각이 없고 위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 "무력밖에 답이 없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여성모델 안모(25)씨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몰래 촬영,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비교하며 분노하고 있다.

워마드의 한 회원은 "최소한 계란이라도 던지거나 참석인원 전원이 야구 배트를 의무 지참이라도 해서 살벌하게 느껴지는 시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워마드 발 시위를 추진해 문재인 탄핵, 홍본좌 무죄 등을 외치자"고 주장했다.

이미 '불편한 용기'의 주도로 성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4차례의 여성 집회가 열렸지만, 시위가 너무 온건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불편한 용기는 워마드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워마드 회원들은 불편한 용기를 '온건한 워마드' 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불편한 용기는 여론을 의식해 '선을 지키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라리 워마드임을 밝히고 과격한 시위를 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시위를 기획하기에는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들은 이미 예정된 별건의 집회에 참석해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에 태극기를 든 중장년층 무리 속에 워마드 회원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홍본좌 무죄, 안희정 유죄', '워마드 WOMAD'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드는 등 자신들이 워마드 회원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사전에 공지한 대로 빨간색 옷을 입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60여명의 회원들은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청와대 부근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워마드 회원들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인 세대와 정치적 성향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워마드는 정치적으로 보수 극우와도 상통하는데, 생물학적 여성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문 대통령을 비롯한 남성 정치인들을 혐오한다.

【서울=뉴시스】 워마드 사이트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비방 게시물

워마드의 이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최근의 페미니즘 열풍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종의 급진적인 움직임인데, 사회 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때는 일정 수준에서의 상징성이 동원된다고 본다"며 "표현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이들의 행동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본질을 벗어나기 쉽다"고 우려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는 남성 체제에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만한 정제된 언어로 운동했지만 '결과는 제자리'라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대통령 탄핵까지 요청하며 그 한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그는 "워마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참여자가 시위 기술을 가지지 못한 1020대 여성들일텐데 이들이 얼마나 과격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보편적 인권을 거스르는 페미니즘 운동은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운동가 오세라비 작가는 "젠더 이퀄리티가 아닌 여성우월주의, 남녀분리주의 등 급진 페미니즘은 반 세기가 다 된 이론으로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4년간 워마드 자료를 모으며 모니터링했는데 명예훼손이나 인권모독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상호협력하는 사회에서 '혐오'는 사회운동이 될 수 없다. 명분을 상실한 워마드는 곧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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