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천만원 뜯어간 그놈, 휴대폰 추적이 안 된다"

김유아 입력 2018.08.16. 14:01 수정 2018.08.16. 14:05

"수사 상황이 좀 어렵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전북에 거주하는 김모씨(41·여)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눈 앞이 캄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휴대폰인데, 범인이 별정통신사에서 외국인 명의로 개통받은 휴대폰을 썼다"며 "그렇다 보니 신원 파악이나 위치 추적이 어려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휴대폰의 위치추적이 어려운 경우 범인 검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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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김팀장과 나눈 메신저/사진=김씨 제공

"수사 상황이 좀 어렵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전북에 거주하는 김모씨(41·여)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 놈 말 믿고 입금한 돈만 6000만원인데...' 그마저도 대출받아 마련한 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수익률 3배까지 무료 리딩(정보 제공 및 투자 지시) 해주겠다"던 김석훈(가명) 팀장과 연락할 당시 김씨는 그를 믿었다. 그의 메신저 프로필에는 번듯한 젊은 청년 사진이 있었고, 통화도 자주 했다. 그와 연락하던 휴대폰 번호는 '010'으로 시작하는, 정상적인 한국 번호라 의심하지 않았다. 김 팀장을 신뢰한 김씨는 그가 운영하는 투자사이트에 가입해 예치금 6000만원을 입금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1억 8500만원 수익을 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김 팀장은 "아이디에 문제가 생겼다. 출금하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고 답한 뒤 이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그를 뒤쫓은 경찰도 답답할 따름이었다.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몇 되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휴대폰인데, 범인이 별정통신사에서 외국인 명의로 개통받은 휴대폰을 썼다"며 "그렇다 보니 신원 파악이나 위치 추적이 어려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원 파악과 위치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 기간 통신사에서 일부 망을 빌려 사업을 영위하는 별정통신사의 휴대폰을 대포폰으로 사용하는 범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 대포폰 60%웃돌아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5월사이 단속된 대포폰 3997대 중 별정통신사의 선불형 대포폰은 2486대로 62.2%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52대에 비해 16배나 급증한 수치다. 최근 경찰들 사이에서는 "금융사기 범죄를 조사하다 보면 별정통신사 휴대폰이 이용된 경우가 80%"라는 말도 나온다.

이는 별정통신사 휴대폰은 신원 확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온라인으로도 쉽게 개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상당수 별정통신사는 비자를 소지하지 않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 연체자 등에게도 휴대폰을 개통해주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직접 본인확인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신분증을 보내기만 해도 휴대폰 개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대포폰에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허술하게 개통된 휴대폰을 수사하기 위해 별정통신사에 연락해도 제대로 협조받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범죄팀 수사관은 "별정통신사 중에는 고객센터 뿐만 아니라 팩스번호 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영세한 업체가 많다"며 "이들에게는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도 회신이 없거나 수사에 성의없이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휴대폰 개통 구조적 문제, 전면 개편해야"
물론 휴대폰이 범죄 수사 실마리의 전부는 아니다. 사기범 일당의 현금 인출 시점 등 여러 요소를 추적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그러나 휴대폰의 위치추적이 어려운 경우 범인 검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문가들도 전화금융사기와 유사 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별정통신사 휴대폰 개통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대 황의갑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별정통신사가 과다 경쟁으로 인해 휴대폰 개통을 남발하는 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는 한 대포폰 근절이 어려울 것"이라며 "대포폰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업체는 폐쇄하는 등 엄격한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