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낙태죄는 위헌이다"..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허진무 기자 2018. 8. 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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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성·법학계 교수와 연구자 등 429명이 16일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태죄의 존치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낙태죄에 대한 ‘태아의 생명’ 대 ‘임산부의 건강 내지는 여성의 자기결정’이라는 논리는 형식적이고 허구적”이라며 “(임부와 태아 관계에 있어서) 이분법을 지양하고 임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낙태죄에 있어서는 삶과 죽음, 생명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존엄사 인정, 장기기증, 체외수정의 다양한 방법 등 인간생명에 대한 ‘과정적 접근’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런 접근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생명을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임신중지와 지속에 관한 정책도 생명에 관한 ‘형성적 접근’을 수용해야 한다”며 “인간은 태어남으로써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양육과 보살핌 속에서만 사회적인 인간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신중지의 허용이 무분별한 임신과 임신중지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 사유”라며 “여성들의 임신중지율이 낮은 국가군은 임신중지를 금지한 국가들이 아니라 대다수 임신중지를 허용한 국가군”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우리는 단지 여성들의 ‘임신중지’의 자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신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중지의 선택권을 주어야 할 뿐 아니라 출산하고자 하는 자유 또한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선고와 낙태죄에 대한 법무부의 태도를 함께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에 나선 한국여성민우회 제이 팀장은 “안희정 사건 재판에서 여성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나와 공분을 샀다”며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 당시 법무부에서도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낙태죄 존치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이 이렇게 폭력적인데 여성들이 어떻게 법 정의를 신뢰하냐”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은희 정책위원도 “안희정 사건의 1심 재판부는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안희정의 범죄를 위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얘기하며 책임을 입법의 불비로 미뤘다”며 “낙태죄 폐지에 관한 헌재 결정을 다시 미루는 것은 안희정 1심 재판부의 태도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5월24일 6년 만에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는 이날 내용을 토대로 선고기일을 확정해 위헌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교수, 연구자 429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16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교수, 연구자 429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16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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