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에 맞선 350개 펜.. 美신문사 초유의 '사설 연대'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8. 8. 1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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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트럼프 가짜뉴스 세뇌에.. 공화당 지지자 51% "언론은 국민의 적"
언론사들 "더러운 전쟁에 맞서자" 같은 날 비판 사설 동시에 게재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나치가 유대인을 지칭한 것이나 스탈린이 비판자들을 처형 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이다."(캔자스시티스타)

"자신이 달가워하지 않는 사실을 '가짜 뉴스'라 주장하고 언론인을 '국민의 적'으로 모는 건 민주주의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뉴욕타임스)

미국 전역의 350여 신문사가 일제히 16일 자 신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觀)과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현직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 수백 개 신문사가 연대해 같은 날, 같은 주제의 사설로 비판한 것은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사(史)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사설 연대’ 동참한 350개 신문사 - 미국 전역의 350여 신문사가 16일 자 신문에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1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유 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사설과 함께 게재된 사진. 이 사진에는 이번 ‘사설 연대’에 동참한 언론사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 모습도 보인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이번 '사설 연대'는 1872년 창간한 유력지 보스턴글로브가 주도했다. 각 언론사에 '자유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더러운 전쟁'에 맞서는 사설을 공동으로 게재하자고 제안했고, 뉴욕타임스(NYT) 등 최고 유력지부터 발행 부수 4000부도 안 되는 지역지까지 수백 개 신문이 흔쾌히 호응했다.

논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신문사가 같은 주제의 사설을 쓰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미 수정헌법 1조에 명기된 기본 가치이자 미국의 건국 정신 중 핵심인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놓고 언론을 공격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가짜 뉴스는 내 적(敵)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했다. '망해가는 NYT' 등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낙인찍기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도 "가짜 뉴스들은 미쳐가고 있다. 완전히 돌았다"(7월 31일 트위터), "가짜 뉴스들은 전쟁마저 일으킬 수 있다. 그들은 국민의 적"(8월 5일 트위터)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CNN 백악관 출입 기자의 질문권까지 박탈해버렸다. 이런 언론관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군중집회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 언론사 기자들이 위협을 받아 보디가드를 동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Journalists are not the enemy)는 제목의 사설.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트럼프의 반복된 언론 공격은 일부 '효과'까지 내고 있다. 퀴니피악 대학이 지난 9~13일 미국 성인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1%가 언론을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까지 치닫자 보다 못한 언론사들이 '사설 연대'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온라인에 공개된 '반트럼프 연대 사설'들에는 언론 자유가 훼손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보스턴글로브는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홈페이지 최상단에 싣고 미국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언론의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했던 말을 들며 "미국의 이런 근본적 원칙이 오늘날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또 "부패 정권이 집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NYT도 이날 온라인에 '자유 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사설을 올리고,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했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경구를 상기시켰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제퍼슨의 이 말은 미국 건국 정신의 핵심에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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