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세월호 기억의 장소, 이곳을 어찌 떠나보낼지..

2018. 8.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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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는 곳이었다.

아이와 부모가 만나던 자리에 세월호 팽목 분향소가 세워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광주시민상주모임 정인선씨는 "저는 5·18세대다. 전남도청 광장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할 장소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이 자라서 분향소 자리에 세워진 기념관이나 기림비를 보면서 세월호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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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팽목항 분향소

[한겨레]

13일 저녁 전남 진도 세월호 팽목 분향소 뒤로 노을이 지고 있다. 분향소 자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올라오던 장소였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곳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는 곳이었다. 부모는 제주도에 수학여행 보낸 아이를 전남 진도 팽목항 낯선 선착장에서 만났다. 잊혀질 수 없는 장소가 됐다. 아직도 아픈 기억 때문에 팽목항을 찾지 않는 부모님들이 있다. 아이와 부모가 만나던 자리에 세월호 팽목 분향소가 세워졌다.

분향소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2015년 1월에 문을 열었다. 분향소는 이곳에서 미수습자 수색과 세월호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체인양 과정에 대한 참관이 거절당하자 2015년 8월부터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동거차도에 초소를 만들고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나흘 동안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동거차도 초소와 세월호 팽목 분향소를 철거한다. 팽목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와 국민해양안전체험관 건립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단원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1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팽목 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제단에는 과자와 책, 신발 등 추목객들이 놓고간 물건들이 쌓여 있다.
분향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세월호 희생자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우재의 아버지 영환(51)씨는 아이를 찾고 난 뒤 안산으로 올라갔다. 일상의 삶을 살려고 했다. 직장에 복귀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저히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팽목항을 누군가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 10월 다른 학부모들과 같이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다쳐서 수술한 기간을 빼고는 4년 내내 세월호 팽목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고씨는 새벽에 눈이 떠지면 분향소를 먼저 찾는다. 초와 향, 방명록 등을 정리하고 청소한다. 추모객들에게 분향소를 안내하고 가족 식당에서 음식을 대접한다.

4년째 동고동락한 유족

분향소 지킴이 세월호 희생자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우재의 아버지 고영환씨가 12일 저녁 가족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고씨는 찾아오는 추모객들에게 분향소를 안내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세월호 희생자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우재군의 학생증이 가족식당 벽에 걸려 있다.

외로운 고씨에게 2015년 겨울에 들어온 팽이와 목이(개)는 사람보다 더한 애정이 갔다. 지난달 암컷인 목이가 새끼 5마리를 낳자 백숙을 해주었다. 고씨는 “내 새끼 같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분향소 철거 뒤에 갈 곳이 없어질 팽이와 목이가 걱정이다. 자신도 분향소가 철거되고 나면 뭐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분향소가 없어지면 삶의 의미도 없어진다.

이 강아지들은 어디로

분향소와 함께해온 목이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목이와 새끼 뒤로는 녹슨 리본 조형물과 펼침막이 있다.
고영환(오른쪽)씨가 전남 진도군 세월호 맹목 분향소에서 같이 생할하고 있는 팽이와 목이 부부가 낳은 새끼를 보고 있다. 왼쪽은 생존학생 학부모 장동원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해(위)와 달.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진도군청은 분향소가 있던 자리를 어떤 식으로 기념할지 의논을 하고 있다. 확실한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씨는 “분향소는 아이들이 올라오던 곳이었다. 철거한 뒤에도 기념할 만한 추모관이나 기림비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광주시민상주모임 정인선씨는 “저는 5·18세대다. 전남도청 광장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할 장소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이 자라서 분향소 자리에 세워진 기념관이나 기림비를 보면서 세월호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3일 저녁 세월호 팽목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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