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시윤의 백투스쿨]영어강사 접었다..1년도 안 돼 '구독자 30만' 유튜버가 됐다

성시윤 2018. 8. 19.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어 학습자 사이에서 '라이브 아카데미'(Live Academy)가 화제다. 지난해 9월 생겨난 유튜브 영어회화 학습 채널이다. 구독자가 30만명, 누적 조회 수가 1600만에 이른다.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성장세가 빠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는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채널을 진행한다. '빨간 모자 샘'(줄여서 '빨모샘')으로 통한다.

지난 16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빨모샘'을 만났다. 유튜브가 마련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대화'라는 행사에서다. 이날 빨모샘은 유튜브에서 교육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 유튜브를 음악 수업에 활용하는 교사 등과 함께 언론 앞에 섰다.

빨모샘이 공개적 행사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빨모샘은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에서도 자기에 대해 소개한 적이 없다. 행사를 전후해 빨모샘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인터뷰 했다.
1982년생. 이름은 신용하. 거주지는 서울.
유튜브에서 영어회화 학습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신용하(36)씨가 지난 16일 유튜브코리아가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마련한 행사에 나와 자신의 채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코리아]
그는 다섯 살 때 가족과 미국에 이민 갔다가 귀국해서 6학년 2학기 이후로는 줄곧 한국에서 살았다. 한국에서 평범하게 초·중·고교를 졸업했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다. 전공은 호텔관광경영.

Q : 라이브 아카데미를 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A : 대학 졸업(2008년)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학원에서 10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주로 20~30대들에게 회화를 가르쳤다. 지금은 학원 강의는 하지 않고 있다.

Q : 어쩌다 유튜브 채널을 열었나.
A : 사람들의 영어 학습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본인 여건에 맞춰 자기 페이스·수준대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싶었다.

Q : 채널 구독자 연령대는.
A : 의외로 중장년층이 많아서 나도 놀랐다. 나이가 많아 학원에 다니기 부담스러운 분들이 많이 보는 것 같다. 35~44세가 전체의 29%, 25~34세가 26%, 45~54세가 23%, 55~64세가 11%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국내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는 영어 배우길 갈망하는 고령 여성(나문희)이 학원에서 불편을 겪는 장면이 나온다. 강사의 설명을 다른 수강생처럼 빨리 이해하지 못하고 재차 물어보자 강사는 물론 다른 수강생들까지 짜증스러워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화 속 주인공은 결국 학원 수강을 포기하고 일대일 과외를 받는다.

Q : 한국에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어떻게 영어 실력을 유지했나.
A :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엔 우리말을 말할 줄은 알아도 읽을 줄은 몰랐다. 귀국(6학년 2학기) 한 달 전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ㄱ, ㄴ, ㄷ을 가르쳐주셨다. 아마 귀국을 급하게 결정하게 됐나 보다. 와서도 중학교 1학년 말까지 동화책으로 한국어를 익혔다. 외국 다녀와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한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말에 익숙지 않다 보니 계속 영어 콘텐트에 매달렸다. 영어로 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들었다.
그때보다는 나아졌겠으나 한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어에 서툰 청소년을 보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그는 "중·고교에서 시험은 거의 꼴찌를 했다. 국사책은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한글을 가르쳐주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게 된 것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니 한국어를 잘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어에서 느낀 어려움이 밑바탕이 됐을까. 라이브 아카데미는 일상에서 정말 쓰일 법한 표현을 소개하면서도 비슷한 표현들 사이의 미묘한 어감 차이를 짚어낸다. 가령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 중 하나에선 '네가 그것에 대해 알 줄 알았어', 그리고 '네가 그것에 대해 아는 줄 알았어' 가 구분돼 소개된다. 전자는 'I thought you would know about that', 후자는 'I thought you knew about that'이다.

그는 "학원에서 강의할 때도 당장 내일 쓸 수 있을 것 같은 표현을 가르쳤다. 그런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예문이다. 실제 상황에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표현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구독자 중에는 미국 교포도 많다.

Q : 한국에선 영어학습에 많은 돈을 쓴다. 하지만 그만큼 영어를 잘한다고 자부하긴 어렵다.
A : 영어교육이 지나치게 상업화됐다. 학원은 '획기적'이라는 학습법을 내세우고, 스타 강사를 띄운다. 하지만 학습법이 아무리 좋고 강사가 아무리 좋아도, 학습자가 안 하면 늘지 않는다. 그런데 학원은 이런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는다. 할인을 해주고 경품을 주는 마케팅만 한다. 그러면서 학습자에게 '여기에 돈을 투자하면 되는구나' 하는 인식을 준다.
유튜브 교육 채널 운영자들이 지난 16일 유튜브가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자신의 채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그박사' 운영자 김경윤씨, '라이브 아카데미' 운영자 신용하씨, 아꿈선(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채널) 운영자인 한도윤(전남 무안 현경초) 교사, 음악수업에 유튜브를 활용하는 정미애 교사(대구 화원고), 행사 사회를 맡은 유튜브코리아 지상은 부장. [사진 유튜브코리아]

Q : 그럼 영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 학습자 스스로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라이브 아카데미에서도 이점을 늘 강조한다. 빠르고 편한 방법은 없다. 영어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운동과 비슷하다.

Q :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인한 수입은.
A :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살 만큼은 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보다는 학습자의 삶의 가치를 더해준다는 게 제일 큰 보람이다.
그는 요즘 이틀에 한 번꼴로 영상을 올린다. 한 회 분의 대본을 쓰는 데에 짧게는 서너 시간에서 하루가 걸린다. 이후엔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데 여기에 또 하루가 걸린다.

"나도 유튜브를 하기 전에는 유튜버가 쉽게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유튜버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아니다. 크리에이터(유튜버)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돌아온다"고 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유튜브 운영이나 영어 공부나 매 한가지인가 보다. 남들이 모르는 비법이나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는 점,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