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현장+] 깨지고 버려지고 사라지는 '카트'..해마다 늘어나는 얌체 고객 "어떡하나"

김경호 2018. 8.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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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쇼핑 카트 / 집 근처까지 끌고 간 뒤 아무렇게 버려져 / 골머리를 앓는 유통업체 / 카트 1대당 17만원~22만원 /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등을 오가며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많아 / 지하 주차장이나 버스·택시정류장마다 방치된 카트 / 마트 직원, 수시로 인근을 돌며 카트 수거 ‘폭염에 진땀’

버려진 카트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 있다. 쇼핑 카트는 쓰레기와 함께 분리수거용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쇼핑하고 물건이 많다 싶으면 집까지 끌고 가는 거죠. 덥고 다시 갖다놓기도 귀찮고 없어져도 상관없으니 집 가까운 곳에 두고,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자신도 알아요. 귀찮으니깐 잠깐 눈치보다 그냥 버리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 두 대씩은 보는 것 같아요.”

깨지고 버려지고 사라지는 카트와 함께 시민의식도 사라져 가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사라져버리는 쇼핑용 카트 때문에 해마다 속앓이를 하고 있다. 카트는 1대당 17만원~22만원으로 생각보다 비싼 제품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성격 강한 제품이다 보니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버려진 대부분의 카트는 얌체 고객이 탓. 카트는 에스컬레이터나 매장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보니 외부 환경인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자주 오가면 쉽게 파손되고 수리비도 꽤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렇다고 고객 상대로 형사고발 하지도 못하는 실정. 실종된 시민의식 탓에 유통업체들은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마트용 카트가 각종 쓰레기를 실은 채 보행로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왕십리역 한 대형 마트 점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고객들이 물건을 쇼핑 카트에 차곡차곡 담으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마트는 물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계산을 마친 한 고객이 카트를 끌고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 고객은 트렁크를 열고 짐만 싣고 카트는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떠났다. 한동안 지켜본 결과, 짐만 실은 채 떠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방치된 카트는 빈 주차 공간을 차지했다. 주차장 주변을 잠시 둘러본 결과 카트 여러 대가 방치되거나 주차장을 차지했다.

대형 마트 주차장은 쇼핑 카트가 널브러져 있어 주차 도중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차가 주차되어야 할 공간에 카트가 자리 잡고 있어 주차하려면 카트를 이동시켜야 하는 실정.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한 채 주차를 시도하는 순간, 카트를 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옆에 주차된 차까지 흠집을 낼 수도 있다.

왕십리역 한 대형 마트 점 주차장. 쇼핑을 마친 한 고객이 카트를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떠나 주차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불편을 격고 있다.


용산역과 서울역도 비슷한 장면이 쉽게 볼 수 있었다. 용산역 광장과 서울역 광장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흔한 장면이 됐다. 대형마트 안에서 있어야 할 쇼핑 카트가 길을 잃고 서울역 광장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마트에서 한참 떨어진 택시 승강장과 버스정류장에는 대형마트 안에서 있어야 할 쇼핑 카트가 길을 잃고 방치돼 있다. 택시 승강장에서는 짐만 챙긴 채 떠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인근 주민 김 모 씨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함부로 쓰는 사람들 때문에 다 같이 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단지나 공원에 버리진 카트에 학생들이 장난치는 것을 종종 본다. 올라타 장난을 쳐 사고가 날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마트용 쇼핑 카트가 분리수거용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마트 입구마다 비치된 종이 상자는 거들다 보지도 않은 채 집 근처까지 끌고 간 뒤 아무 데나 버려진다. 용산역 한 대형 마트 점에서 약 1km 떨어진 아파트에는 보행로와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다. 버려진 카트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쇼핑 카트가 쓰레기와 함께 분리수거용 도구로 전락했다.

매장이나 보관소에 있어야 할 쇼핑 카트가 엉뚱한 곳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쇼핑 카트는 한강공원에서 눈에 띄었다. 벽돌과 행사용 도구들까지 각종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마크 지운 흔적도 보였다. 한강공원에서 버려진 카트가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한강공원에 버려진 마트용 카트. 벽돌과 행사용 도구들까지 각종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다.


마트 한 직원은 “찜통 같은 폭염에 카트 찾으려 다닐 때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어있는 카트를 찾아다니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마트 직원들은 수시로 인근 주택단지를 돌아다니며 주차장과 공용시설 등에 방치된 카트를 수거하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이렇게 밖으로 나갔다 회수되는 카트는 한 매장에서만 많게는 하루 70~80대가 넘는다.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 일일이 수거 작업을 하려면 온몸은 땀으로 목욕을 한다. 일부 얌체 고객의 비양심적인 행동 탓에 애꿎은 마트 직원만 불볕더위에 고생을 이어가고 있다.

버려진 카트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카트가 발견되는 곳이 상상 이상입니다. 공원·개인 창고·식당·고물상·바닷가 등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노숙자가 종이 상자를 카트에 가득 싣고 가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됩니다. 일일이 지적할 수 없다 보니 난감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종종 길에서 발견된 카트에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을 때 참 씁쓸합니다”며 “비양심적인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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