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특활비 연간 1000억..어떻게 쓰나

최민지 기자 2018. 8. 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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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기관과 달리 영수증 첨부 관리, 문제 소지 있으면 환수".. 현장에선 "부족" 지적하지만 내년에도 삭감 전망
참여연대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눈먼 돈'이라 지적받은 특수활동비(특활비) 폐지를 논의하면서 특활비를 쓰는 타 행정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 국방부 다음으로 많은 특활비를 쓰는 경찰청은 올해 예산안에서 특활비 941억원을 배정받았다. 경찰청은 타 기관과 달리 '카드 결제, 영수증 첨부'를 원칙으로 특활비를 사용한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쓰는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주로 수사관, 형사, 정보관, 교통경찰 등 수사 업무를 보거나 기밀한 정보를 다루는 부서에서 사용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쉽게 말해 경찰이 수사하러 나갈 때 드는 밥값, 교통비 등을 특활비로 사용한다"며 "다만 업무추진비와 달리 보안상 이유로 내역을 공개하기 힘들면 사용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특활비 항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경찰청이 직접 배정받아 심의·감사하는 '사건수사비'와 국정원이 편성하는 '정보사업비'다. 올해는 경찰청 특활비 941억원 중 109억원이 사건수사비로 배정됐으며 나머지는 정보사업비다. 정보사업비는 정보·보안부서 등에서, 사건수사비는 나머지 부서에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경찰청 특활비는 선 결제 후 정산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별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영수증을 첨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면 별도의 심사를 거쳐 개인별 계좌에 돈이 입금되는 식이다. 현금 사용 시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다만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는 소속 과장의 결재를 통해 집행내용 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확 수치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사건수사비의 90% 이상이 영수증이 첨부돼 사용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내용 확인서를 생략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카드 결제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쓰는 관례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 경찰서 강력반 A 형사는 "피해자 등과 밥을 먹다 소주를 시켜도 술값은 사비로 처리한다"며 "특활비는 검거 현장에서 피의자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아서 문을 부수고 난 후 드는 수리 비용 등 아주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B 수사관은 "5~6년 전만해도 근무 날 가족과 외식해서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 그런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개만 하지 않을 뿐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돈은 회수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면서도 "환수액 규모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특활비가 적거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개인 돈을 들여 수사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회와 달리 경찰이 쓰는 특활비는 밥값, 교통비 등을 사후보전하는 돈에 불과하다"며 "고생하는 경찰들의 노고에 비하면 특활비가 많지도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개인별 특활비가 얼마인지는 집계된 자료가 없다. 사후 청구하는 돈이기 때문에 개인별 사용액이 천차만별이라 집계가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일선 경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십 만원 선을 넘지 않는다.

서울 시내 C 정보관은 "특활비 카드 사용 한도가 있긴 하지만 정확히 얼마인지는 말할 수 없다"며 "대체로 1인당 30만원 정도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정보관은 "핵심 정보원과 저녁에 술 한 번 먹었다 하면 15만원 정도가 깨지는데 결국 내 돈을 들여 정보원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보관들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에서 경찰에 배정되는 특활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내년도 예산안에 들어갈 특활비를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추세에 따라 올해도 특활비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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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이해진 기자 hjl1210@,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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