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할아버지의 상봉 준비.."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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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리가 아파서 1년을 고생했다고. 그런데 오늘 (몸 상태가) 조금 좋네. 그래서 온 거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19일 상봉을 하루 앞두고 집결지인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건강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상봉이 성사된 소감을 묻자 "처음에 몇 번 (신청) 했는데 다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소식이 왔다. 다 죽게 됐으니까(웃음)"라며 "나는 울 줄도 모른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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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상현 기자 = "그동안 다리가 아파서 1년을 고생했다고. 그런데 오늘 (몸 상태가) 조금 좋네. 그래서 온 거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19일 상봉을 하루 앞두고 집결지인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건강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백 할아버지는 20일 시작하는 1차 상봉 남측 방문단의 최고령자로, 이번 행사에서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 백 할아버지의 남동생 둘과 여동생은 북한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상봉이 성사된 소감을 묻자 "처음에 몇 번 (신청) 했는데 다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소식이 왔다. 다 죽게 됐으니까(웃음)"라며 "나는 울 줄도 모른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백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을 위해 여름·겨울 옷과 내의, 신발 30켤레, 치약, 칫솔, 수저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그는 '스뎅수저'(스테인리스 수저)도 20벌 샀다면서 "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없는 것 없이 다 샀다"며 웃었다.
그는 기억에 남아있는 고향과 가족의 모습을 묻자 "없다. 다 돌아가셨는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가족을 기다린 오랜 세월에 대해서도 "무슨 말을 하겠나"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뭐를 좀 많이 사오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많이 못 샀다'라고 말하면 되지 뭘"이라며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둔 애정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어쩌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 이번 상봉, 백 할아버지는 "마지막이지 뭐, 내가 40년 더 살면 모를까"라며 설렘과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다.
이날 리조트에서 만난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여성용 내복과 화장품, 영양제, 과자 등을 곧 만날 67세 딸을 위한 선물로 준비했다.
유 할아버지는 전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에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도 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유 할아버지는 "통지가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태어났구나. 가슴이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며 "이번 기회는 정말 기적이다. 내생에 지금까지 중에 제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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