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40대 절벽·자영업 몰락 '3개의 덫'.. 7월 고용동향 분석

세종=정현수 기자 2018. 8. 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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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인이 19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가게에서 물품을 수리하고 있다. 폐업한 식당 주인들이 팔고 간 중고 주방용품이 보도 위에 가득 쌓여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음식점은 16만6700여곳에 이른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4대 자영업의 폐업률은 지난해 8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양질 일자리 제조업서 1년 전比 12만여개 증발
임시·일용직 고용 악화 40대 취업자에 직격탄
1인 자영업 10만여개 줄어 작년 11월 이후 감소세

고용시장이 ‘제조업 붕괴’ ‘40대 일자리 절벽’ ‘1인 자영업자의 몰락’이라는 3개의 덫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조업에서 시작한 고용 악화는 도미노처럼 모든 고용지표를 쓰러트리고 있다. 무너진 제조업 경기는 서비스업을 비롯한 산업 전체로 전염됐다. 치명상은 ‘고용시장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40대에 고스란히 집중된다. 여기에다 체감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1인 자영업자들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19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올 상반기 ‘경고음’을 냈던 모든 악재들이 현실화됐다. 방아쇠는 제조업이 당겼다.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7000명 줄었다. 지난 4월 6만8000명이 줄면서 감소세를 시작했고 6월부터 감소폭이 12만명 규모로 훌쩍 늘었다.

정부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산업 구조조정에서 찾는다. 통계청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산업별로 세부적으로 보면 자동차업과 조선업이 포함돼 있는 기타운송장비, 의복·모피 제조업 등에서 일자리가 주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업종 등 일부 산업에선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용유발효과가 낮은 업종 특성 때문에 줄어드는 일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제조업 경기 위축은 서비스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지난달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부문에서 10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쉽게 말하면 인력알선업인데,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다른 산업의 경기가 좋아야 이 부문 취업자 수도 늘어난다. 인력알선업 일자리가 지난 5월(5만3000명 감소)부터 감소 흐름을 탔다. 그만큼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 경기가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 중 가장 ‘약한 고리’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3만8000명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4만2000명 줄었다. 경기악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이 효과는 고스란히 골목경기의 곤두박질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경기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도 민감하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대폭 인상되면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의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건설업도 올 들어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활발했던 민간아파트 분양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업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폭은 3만7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0만명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고용시장의 ‘동반 추락’은 상대적으로 고용여건이 불안정한 취업자부터 밀어내고 있다. 지난달 임시직 일자리는 10만8000명, 일용직은 12만4000명 줄어들었다. 특히 임시·일용직 감소는 40대 취업자에 집중됐다. 7월 전체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감소했다. 30대 취업자 수는 9만1000명 줄었다. 올 들어 최고 감소폭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30, 40대 취업자 수 감소세에 속도가 붙은 형국이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역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당경쟁’ ‘비용 증가 압력’에 떠밀리고 있는 1인 자영업자도 ‘경기침체 폭탄’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지난달 1인 자영업자는 10만2000명 줄어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10만명 규모의 감소세를 보였다. 1인 자영업자 일자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지난 6월 기준으로 최근 1년 내 폐업한 자영업자의 폐업 사유를 분석한 결과 56.1%가 ‘일감이 없거나 사업이 부진해서’라고 답했다(2018년 8월 10일 1·3면 참고).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서 폐업하는 경우보다 경기 탓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폐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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