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고양이도 보험 들고 싶어요

2018. 8.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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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기자 '만세'의 보험 가입 실패기
대한민국 멍냥이 900만마리
보험 가입률은 0.1% 불과

전화 한 통이면 된다더니
최소 한달 4만원 비싼 보험료에
나이 많아 안 돼, 고양이라 안 돼..
'중년 고양이' 받아줄 생각은
정말로 없단 말이냥?

[한겨레]

동물병원에서 검진 중인 한 고양이. 국내 반려동물 가구 수는 증가하지만 질병·상해 등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은 여전히 미비한 형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내 이름은 만세, 만 7세 고양이다. 고양이 나이 7살이면 흔히 중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자유자재로 점프하고 날래게 움직이던 시절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나이다. 대사성 질환 등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권장 받는 나이이기도 하다.

동물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가까워지겠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동물병원 진료비는 병원마다 비용이 들쭉날쭉한 데다 금액 자체도 높은 편이다. 중년에 접어든 올여름, 무지막지한 폭염이긴 했지만 이제 한낱 더위에도 푹 퍼져버리는 나는 건강 경고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같았다. 앞으로 이런 여름을 몇 번쯤 이겨내야 할까. 살아갈 수많은 날을 두고 무언가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보자, 그럼 7살 고양이는 어떤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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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고양이에게 좁은 문

국내 출시된 보험 상품 가운데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직접 보상을 해주는 보험으로는 4개를 꼽을 수 있었다. 롯데, 현대해상,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보상 범위는 대동소이하다. 네 회사 모두 질병당 치료비의 70%를 보상해주고, 하나의 질병당 100만~150만원까지, 연간 500만원 한도로 보상해준다. 상품에 따라 보상 횟수를 제한하거나, 입원·수술비만 지원, 또는 통원 치료까지 보상해주는 것으로 나뉘었다. 이외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서는 1인 가구가 많은 최근 경향을 반영한 듯, 반려인 사망 시 반려동물을 지원하는 보상 내용을 제공했다.

“전화 한 통으로 바로 가입”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보상” 등의 광고 문구가 나를 현혹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건강하게 함께 살자는 말을 주문처럼 외는 반려인의 부담도 좀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 보험료는 얼마일까? 한 보험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보험료 계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반전은 여기에서부터였다. 2011년 2월생인 나의 생년월일 정보 등을 써서 클릭하자 “만 6세 이상은 인터넷 가입이 불가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현재 만 7살 고양이가 가입할 수 있는 반려동물보험 상품은 국내에 단 한 개도 없었다. 고양이가 가입 가능한 반려동물보험은 롯데하우머치 마이펫보험이 유일하지만 만 6세 미만은 가입이 제한됐다. 롯데의 경우 6세 미만에 가입해 11살까지 갱신이 가능하지만,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 7세 이상을 받아주는 보험은 한화펫플러스보험이 유일하지만 만7~10세 반려견만 가입이 가능하다. 그것도 지정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20살 이상 장수하는 개·고양이도 있는데,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 기준은 매우 협소하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리트리버가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가정에서 양육되는 반려묘는 232만마리, 반려견은 662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는 593만 가구로 네 집 가운데 한 집이 ‘멍냥이네’다. 그런데도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0.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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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적금을 드세요”

6세 미만의 반려견은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 있는데도 이토록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연구원 보고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의 전 생애를 함께 한 경험이 있는 가구가 적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물론 이런 이유도 있겠지만 반려인들의 실제 목소리는 다르다. 나이 제한뿐만 아니라 흔히 걸리는 질병이 ‘미보상’ 내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개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파보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은 예방접종 관련 질병은 보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형견에게서 빈번하게 발병하는 슬개골 탈구 또한 세 보험사에서 모두 보상에서 제외했다. 보상 내용에 비해 보험료는 높은 편이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반려동물 보험료는 연 50만~100만원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보험 가입을 문의하면 열에 아홉 “차라리 적금 드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나마 희소식인 것은 지난 2일 보험개발원에서 반려동물보험의 참조순보험요율(보험사의 상품 운용 이력 등을 기초로 보험금을 산출해 보험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시안)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보험개발원이 산출한 반려동물(4살)의 기본담보와 보험료는 수술 1회당 150만원(연 2회 한도), 입원 및 통원 1일당 15만원(각 연 20일 한도)에 연간 보험료는 반려견 25만2천723원, 반려묘 18만3천964원이다.

월 2만원대 보험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에 반려인들이 반색했다. 나이 많은 개와 고양이도, 노령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도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기대해도 될까. 중년 고양이도 반려인 통장 잔고 걱정 없이 병원 가고 싶다냥~.

만세 기자 mans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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