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버럭..불안이 만든 '마음의 파도'

김국진 입력 2018. 8.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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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국진의 튼튼마디 백세인생(29)
불안을 약물이나 정신적 수행의 도움을 받아 단칼에 잘라버리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없다. [중앙포토]

불안(不安)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소음 등 외부적 방해요인이 원인일 수도 있고 각종 잡념 등 내부적 방해요인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외부적 방해요인의 경우 그것을 차단하는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문제는 내부적 방해요인의 경우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집착과 분노, 두려움, 시기 질투, 의심 등 감정적인 반응은 마치 높은 파도가 무언가를 집어삼킬 때처럼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일렁이는 물결처럼 작지만 끊임없이 괴롭히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러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거나 숨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약물이나 정신적 수행의 도움을 받아 단칼에 잘라버리려고도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의 성질은 물과 같아서 칼로 자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듯 불안의 정체를 알아야 불안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불안한 마음은 탐(貪)‧진(嗔)‧치(痴)라는 세 가지 독(毒)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세 가지 독을 삼독(三毒)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불안한 마음은 탐(貪)‧진(嗔)‧치(痴)라는 삼독 때문에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사진 pixabay]

먼저 탐은 어떠한 대상을 선호하고 갈구하는 것입니다. 심해지면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진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화가 치미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치는 사물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리석음이지요.

은퇴한 이후에도 현역 시절을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것은 탐에 해당합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자신을 주위 사람들이 비웃거나 업신여긴다고 생각하며 사소한 일에도 화를 버럭버럭 낸다면 삼독 중에서 진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삼독으로 인해 평온하지 못하고 마음에서 파도가 일어나면 불안감이 생기게 됩니다.

한의학적으로 불안감은 ‘기분이나 정신의 동요가 원인이 되어 기(氣)의 흐름이 막히거나 피가 부족해지는 상태(虛血)’로 봅니다. 담력(膽力)이 약한 것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한의학적으로 기의 흐름이 정체된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 기분이 개운치 않고 한숨이 자주 나온다.
▶ 좌절감이나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든다.
▶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난다.
▶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자주 난다.

한의학적으로 피가 부족한 허혈 상태의 환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 머리카락에 윤기가 없고 바삭바삭하다.
▶ 피부가 건조하다.
▶ 자주 근육에 경련이 생긴다.
▶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긴다.
▶ 마음이 불안하고 불면증이 생긴다.
▶ 여성의 경우 생리 양이 줄어들거나 불규칙하게 된다.

이처럼 기의 정체, 허혈 등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요동을 치면 조용한 방안에 혼자 앉아 들숨과 날숨을 인식하면서 명상을 하거나 기와 혈의 흐름을 좋아지게 하는 한약을 꾸준히 먹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리적 불안감이 심할 때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 몇 가지 처방을 소개하겠습니다.

불안할 때 명상을 하거나 기와 혈의 흐름을 좋아지게 하는 한약을 꾸준히 먹으면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1.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
불안감이나 긴장감 · 좌절 · 우울증 · 불면증 · 신경성 두근거림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특히 불안 증상으로 목이 막히거나 압박의 느낌이 있을 때 주로 처방한다. 공황 장애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2.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몸이 차갑고 생리불순, 폐경으로 인한 자율신경실조증에 따른 불안 · 불면증 · 초조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주로 처방한다. 어깨결림 · 두통 · 상체 열감 · 하체 오한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3. 억간산(抑肝散)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주로 쓰는 처방이다. 초조감이나 불면 등 심리적 증상 외에도 아기들이 밤에 울음을 멈추지 않거나 경련을 일으킬 때도 억간산이 효과적이다. 억간산은 복용해도 몸에 부담이 적기 때문에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에 널리 쓰이는 처방이다.

■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장현록 원장

분당점 장현록 원장. [사진 김국진]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원 석‧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연연구원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 본초학교실 연구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의학 계열 우수학위 논문상 수상

글=장현록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 vamos2@ttjoint.com
정리=김국진 중앙일보 ‘더,오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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