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재 회의 내용'까지 대법원에 이메일로 유출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 8.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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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현재 계류중인 과거사 소멸시효·긴급조치 사건 등..양형위원회-법원행정처에 이메일로 순차 전달


아직 선고도 나지 않은 헌법재판소 사건들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토의한 내용이 대법원이 헌재에 파견한 현직 판사의 이메일을 통해 대법원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법원이 헌재와 권한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헌재 내부의 논의 내용과 사건보고서 등 민감한 자료를 빼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는 20일 서울고법에서 사법연구 보직을 맡고 있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주거지, 최모 전 헌재 파견판사의 서울중앙지법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헌재 파견된 201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박정희정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대법원 판결(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현대차 파업 사건(업무방해죄 사건)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사건 등 헌재에 계류중인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사건보고서, 재판관들의 서로 토론한 평의 내용 등을 수십차례에 걸쳐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에 이메일로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을 받고 있다.

이 사건들은 헌재에서 아직 선고가 나지 않은, 현재 진행중인 사건들이다. 검찰은 이들 사건들에 대해 헌재가 헌법소원을 인용해 대법원이 법률을 부당하게 해석했다는 식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자 대법원이 판결의 정당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 파견 판사에게 종용해 헌재 내부 자료를 빼내 대응논리를 개발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출된 사건 검토 내용은 실시간으로 이 전 실장을 통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판사는 통상 1년 파견되는 것과 달리 3년 이상 헌재에 파견돼 있었다. 이 전 실장은 이 외에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판사들에게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통합진보당 소송개입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진만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판사 여러 명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법원은 또 최 판사가 헌재 파견 근무 당시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행정처와 양형위가 보관하는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관련자들의 진술과 문건이 확보됐다, 임의수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행정처의)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익침해가 큰 사무실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허용할 만큼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검찰은 또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관련해 대법원에 조현오 전 경찰청장와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 등의 재판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문아무개 판사(현 변호사)가 부산고법 시절 정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뒤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하고, 이를 파악한 행정처가 법조비리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대법원에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재판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 시절 양형위원회와 사법정책실은 헌재 무력화 방안을 만든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2015년 10월 대법원은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헌재가 입법심사 등에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니 극단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일선 판사들이 헌재 파견근무를 거부하고, 헌재에 제공하던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차단해 연구 역량을 떨어뜨리자"는 내용을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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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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