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인 없는 120억 상속금 나눠 갖자"..SNS로 수천만원 가로챈 국제 사기범

2018. 8. 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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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김현준(가명ㆍ36) 씨는 지난 7월 27일 오전 캄보디아에 산다는 일본계 은행가 A씨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받았다.

처음엔 단순히 친구를 하자던 A씨는 며칠 뒤 "관리했던 고객이 2010년 가족과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가족 모두 사망했는데 친척도 찾을 수 없어 고객이 갖고 있던 1070만달러(한화 120억원)가 캄보디아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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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국제 사기범에게 받은 페이스북 메시지. 그는 주인없는 120억원의 상속금을 함께 나눠갖자며 접근해 3차례에 걸쳐 1600만원을 가로챘다. [김현준씨 제공]

-“세금내면 상속자 될수 있다” 은밀한 제안
-돈 돌려 달라고 하자 “당신도 공범” 협박
-경찰 “SNS 금전요구땐 사기 가능성 높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김현준(가명ㆍ36) 씨는 지난 7월 27일 오전 캄보디아에 산다는 일본계 은행가 A씨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받았다. 처음엔 단순히 친구를 하자던 A씨는 며칠 뒤 “관리했던 고객이 2010년 가족과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가족 모두 사망했는데 친척도 찾을 수 없어 고객이 갖고 있던 1070만달러(한화 120억원)가 캄보디아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에게 죽은 고객의 국적과 성이 일치하고, 이름이 비슷하다며 은밀한 제안을 했다. 자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상속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죽은 이의 상속금을 받기 전에 죽은 자가 내지 못한 3년치 세금 6만3300달러(한화 약 7000만원)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밀린 세금을 내야만 계좌가 활성화 돼 상속금을 받을 수 있다”며 “함께 세금을 낸 뒤 상속금을 받게 되면 50대 50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삶에 비전이 없고 힘든 사람들에게 120억원은 혹할 수 있는 돈”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가 당장 수천만원 돈을 구하긴 어렵다고 하자 그는 “일단 1만 달러만 내면 나머지는 내 가족들을 총 동원해서라도 공수해보겠다”며 꼬드겼다.

다음날 김 씨는 은행에서 해외 송금서비스 웨스트 유니온을 통해 캄보디아 계좌로 1만달러를 송금했다.

A씨는 계속 돈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3000달러만 더 보내면 상속자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더 받아냈다.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변호사 수임료 800달러까지 추가로 챙겼다.

그는 김 씨에게 법원 수수료와 김 씨가 상속자가 됐다는 증명서 등을 보내며 안심시켰지만 상속금을 보낼 리가 없었다.

아차 싶었던 김 씨가 뒤늦게 “돈만 돌려달라”고 했지만 적반하장이었다. A씨는 “당신도 남의 돈을 상속받으려고 사기를 쳤는데 공범”이라고 응수했다. 그 후 김 씨를 친구 차단하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김 씨는 총 1600만원을 날리게 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마포경찰서 사이버팀은 웨스트유니온 한국지사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를 하고 있다. 이후 캄보디아 측에 인터폴 공조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국제 상속 사기’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사건은 재작년 8월에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미국인 모녀가 ‘사망한 친척이 당신의 이름으로 120억원대 유산을 남겼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뒤 변호사 선임과 유산공증서류비용,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총 16차례에 걸쳐 9700만원 상당을 송금 받아 가로채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SNS 발달로 국제 송금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라고 호기심을 갖거나 경계심을 낮추는 경우가 많지만 누구든 SNS로 금전을 요구할 때는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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