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평화 잇는 철도 침목에 이름 새기면 가문의 영광"

2018. 8. 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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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남북철도잇기운동 앞장선 김미화 방송인

[한겨레]

1983년 개그맨 데뷔 이래 수십년간 수많은 단체의 홍보대사 활동을 해온 김미화씨는 이례적으로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 공동 추진위원장을 맡아 직접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김경애 기자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저는 오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합니다.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입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73돌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제안이 큰 관심을 끌었다. 당장 철도건설 관련 업체를 비롯한 남북경협주들이 급등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런 이해타산을 떠나서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환영의 박수를 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방송인 김미화(사진)씨다. 그는 지난 4월 희망래일 주최로 발족한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 3인 추진위원장의 한 사람이다.

‘동해북부선 연결’ 공동 추진위원장 맡아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앞서 출범식
‘강릉~제진 104.6km’ 철도건설 캠페인
‘18만7천개 침목비 187억 모금’ 나서

문 대통령 ‘철도공동체’ 제안에 ‘환호’
“10만원씩 기증 공동대표 모십니다”

동해북부선 연결 추친위원회는 침목 1개 비용인 10만원 기증자에게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공동대표 명함을 증정한다.

“30여년 연예활동 동안 여러 자선단체의 홍보대사는 셀 수 없이 맡아 왔지만, 거창한 위원장 감투는 이번에 처음 받았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저 옛 영화에서처럼 기차 타고 북녁땅을 달리고 만주벌판과 시베리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까지 가보고 싶어서요. 낭만적이지 않아요?”

지난달 중순 첫 인터뷰에서 그가 이례적으로 ‘추진위원장’까지 맡은 이유부터 물어봤다. ‘소셜엔터테이너의 원조’이자 지난 보수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누구 못지 않게 고초를 겪은 그였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유쾌한 만남 김미화 나선홍입니다’ 생방송 진행을 하고 있는 <교통방송>(TBS)에서 만난 그는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명함을 내보이며 “분단을 끊고 남북을 잇는 철길의 침목에 이름 한 줄 남기면 더 영광”이라고 답했다.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구간이 연결되면 부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 희망래일 제공

동해북부선은 일제 때부터 건설된 부산~원산 동해선 철도 가운데 유일하게 끊겨 있는 강릉~제진(고성) 104.6㎞ 구간을 말한다. 2010년 출범한 민간통일운동단체인 희망래일이 강원도민일보사와 함께 발족한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는 이 구간을 철도 건설에 필요한 187억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범국민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철 희망래일 이사장이 3인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굳이 인연을 찾자면 10여년 전부터예요.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에서 만든 단체인 행복공감봉사단의 초대 단장을 맡았는데, 사랑의 연탄나눔과 달동네 주민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행사를 함께 했어요. 그때 연탄나눔운동을 주도하던 이동섭 대표가 지금 희망래일 부이사장으로 철도 연결 추진위를 꾸린다고 해서 기꺼이 동참한 거죠.”

이 부이사장으로부터 지난 2000년 1만3000여 명의 시민이 경의선 복원에 침목을 기증한 선례를 듣고 ‘하면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동해북부선 철도 건설에 2조3천억원 큰 예산이 든다니 민간에서도 힘을 보태자는 취지예요. 철도 레일 밑에 기반을 이루는 시멘트 침목이 18만7천개 정도 필요한데 하나에 10만원씩이래요. 그래서 10만원을 기증하면 공동대표로 모시고 저처럼 ‘부산~베를린 승차권’이 새겨진 명함을 드리는 방식으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어요. 1~187000번 중에 번호를 직접 선택하면 해당 침목에 기증자 이름을 새겨드리고요.”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17일 발족식에서 홍보용으로 선보인 ‘부산발 베를린행 유라시아 횡단열차 승차권’. 침목 기증자에게 주는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명함의 뒷면이다. 가상 추정치인 ‘61만5천원’을 실제 요금으로 착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민간 주도의 추진위를 꾸려 범국민적인 모금 운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의선·경원선·금강산선·동해북부선 등 4개 남북철도 노선 가운데 동해북부선은 특히 ‘철의 실크로드'라고 불릴 정도로 물류산업의 핵심이라고 해요. 부산에서 유럽까지 컨테이너를 하나 보내는 데 시간과 비용 모두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시베리아의 가스와 기름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들여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구요.”

추진위는 현재 300명인 공동대표를 연말까지 1000명을 채우고자 새달부터 본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선다. “우선 새달 16일 강릉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동해북부선 연결 강원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요. ‘대륙의 꿈’을 주제로 ‘한반도 평화기원 한-러 청소년 합동연주회’도 함께 하구요. 합동연주회에는 지난해 5월 다국적 유학생으로 결성된 ‘에레나 합창단'도 출연해요. 진행은 물론 제가 해야지요?”

그는 이어 10월~11월 평화컨퍼런스를 비롯해 강릉~제진 평화마라톤, 제진 평화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에서도 진행자로 재능기부를 할 참이라고 말했다.

“아참, 10월엔 희망래일 대륙학교에서 진행하는 러시아 연해주 2박3일 연수 프로그램에 부부 동반으로 참가해요. 기차 타고 우수리스크~핫산~블라디보스토크를 돌며 미리 동해북부선의 미래를 체험해보려구요.”

추진위는 2021년 10월까지 3년6개월간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모금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누리집(railwayto1.org/) 또는 전화(02-323-5778)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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