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에 있는 안철수'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될까요?

2018. 8.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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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미래' 사무실서 당 관계자 면담 뒤 '포착'
전당대회 '안심' 공방 속 논란 확대돼
"개입 논란 휩싸이지 않기 위해 피했을 뿐"
다음주 독일로 최종 출국

[한겨레]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1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전 의원이 오랜만에 화제에 올랐습니다. 사실 ‘오랜만’은 아니고요. 지난 7월12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독일행’을 예고한지 1달여 만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만나고 나오는 모습이 <아주경제> 기자에게 포착됐습니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뛰어서 내려가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돼 더 화제가 됐는데요. ‘안철수가 독일에 가지 않고 아직 한국에 있다’는 것이 당 안팎에서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지난 7월 안 전 의원이 “독일에 가겠다”고 밝힐 당시 출국 시점을 못박은 건 아닙니다. 안 전 의원은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독일 연수에 맞춰 함께 떠날 예정이었는데요. 김 교수의 안식년이 오는 9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8월 중으로는 출국이 점쳐졌습니다. 실제 안 전 의원 쪽도 “8월 중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혀왔고요. 안 전 의원은 8월 초 독일에 출국해 2주 정도 잠시 머물렀다고 합니다.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지난주 ‘일시 귀국’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바른미래당의 설명입니다.

‘한국에 있는 안철수’가 논란이 된 건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진행중인 전당대회와 맞물린 측면이 큽니다. 오는 9월2일 치러질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최대 화두는 이른바 ‘안심’인데요. 안 전 의원의 측근들이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손학규 후보를 물밑 지원한다고 알려지며 상대 후보들이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4일 텔레비전(TV) 토론회에서 김영환 후보는 “계파정치 반대한다고 창당했는데 ‘안심’을 팔아 의원을 줄 세우고, 천하의 손학규가 할 일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이에 손 후보는 “그렇지 않다. ‘안심’을 팔아 당대표가 될 생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심’ 논란은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던 상황입니다. 당원들 중에 ‘안철수’라는 간판을 보고 모인 이들이 적잖기 때문에 ‘안철수가 누구를 지원하느냐’가 선거에 관건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습니다. 안 전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정치 일선 은퇴’ 선언 뒤 한동안 휴대전화를 꺼놓고 두문분출했습니다. 일부 후보들은 안 전 의원 측근들에게 “새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 “연락을 받으라고 전해달라”고 읍소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여전히 ‘미래’ 사무실을 드나들고 있고 당 관계자들을 만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을 키운 겁니다. 당시 안 전 의원을 ‘미래’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원 전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등 전당대회 과정에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당내에서는 해외 장기 체류에 앞서 인사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최종’ 출국 날짜가 자꾸 미뤄지고 당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끊기지 않으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옵니다. 당 대표 선거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안 전 의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지난 7월11일 미국으로 전격 출국한 모습과는 대조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홍 전 대표는 미국에 가서 ‘페북 정치’를 재개했고, 다음달 15일 돌아온다는 점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오지만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은 이번 9·2 전당대회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여론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당대회 논의 자체도 당 개혁 방안 등 생산적 논의로 채워지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란 점을, 이번 논란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안 전 의원의 태도도 논란에 불을 지핀 것 같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고 뛰어 도망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인데요.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언론 접촉을 계속해서 피했는데 기자를 맞닥뜨려 피하려 한 것일 뿐이다. 또 특정 언론에만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노련한 정치인이었다면 그렇게 무작정 피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피하는 모습이 오히려 의혹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안 전 의원의 이날 모습은 그의 평소 행동과도 연결되는데요. 기자들과의 이른바 ‘백브리핑’(기자회견 등이 끝난 뒤 어떤 사안의 배경과 속내를 듣기 위한 추가 질의응답)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질문이 나오면 다른 얘기를 하거나 답을 하지 않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보인 바 있습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24일 국회에서 스마트 복지도시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이 남아있는 것을 두고 ‘아직 한국에 미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미래’ 자체만 볼 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달 법인 해산 절차를 완전히 밟았습니다. 안 전 의원은 특히 이 ‘정리’ 작업을 빨리 진행해달라고 촉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무실 계약이 내년 5월에나 끝나는데다 여름 비수기여서 새로운 임대인을 바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사무실을 둘러보려고 왔던 사람이 ‘미래’ 사무실인 걸 알고는 “여기 실패한 데 아니냐”며 그냥 돌아갔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땐 조금 다릅니다. 그가 지난달 12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지만 방점은 ‘물러남’보다는 ‘채움’에 찍혀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측근들도 “국민이 다시 불러주시는 때가 있을 것”이라며 추후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당시 안 전 의원은 첫 방문지로 독일을 택한 이유를 먼저 나서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요. “4차 산업혁명”과 “통일”을 배우고 오겠다는 계획입니다. 안 전 의원은 다음주에 최종적으로 독일로 나간다고 합니다. 다음에 돌아와 카메라에 잡힐 땐 어떤 모습일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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