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B 경찰, 민간인 전자우편 불법 해킹

2018. 8. 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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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고위급 간부 4명 구속영장
정권옹호 댓글 수만건 작성도 확인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영장 없이 전자우편 등을 불법 감청하고 시민단체 게시판 등에 글을 쓴 사람의 아이피(IP)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본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아직 범죄 혐의가 특정되지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해킹’을 한 셈이다. 또 당시 경찰청 보안국과 정보국을 중심으로 수만 건의 정치 편향적인 댓글을 작성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불법 감청과 정치 편향적인 사이버 여론 대응 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2010~2012년 경찰청 정보국장과 보안국장 등을 지낸 전직 경찰 고위 간부 3명과 현직 경찰 간부 1명 등 총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특수단은 2010년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으로 일했던 민아무개 경정이 해킹 장비 등을 도입해 영장 없이 내사 대상자 등의 전자우편 등을 불법 감청한 정황을 확인하고 민 경정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단은 또 ‘경찰 댓글 공작’과 관련해 황아무개 전 경찰청 보안국장, 김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국장, 정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의 구속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구제역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수만건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 수사 결과 중 충격적인 대목은 범죄를 예방해야 할 경찰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불법 감청’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민 경정은 감청 대상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회선으로 오가는 데이터를 중간에서 수집하는 ‘패킷 감청’과 비슷한 방식으로 내사 대상자의 전자우편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시 대상인 각종 시민단체 누리집에 올라온 게시글의 작성자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피 주소 등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간 감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 경정이 불법 감청 등에 사용한 시스템은 경찰청이 ㅇ업체에서 도입한 장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청 보안국 보안2과는 2009년 12월29일 ㅇ업체에 7800만원을 주고 ‘클라이언트 전산 시스템’(B.F.S Matrix SW)을 구입했다. 당시 경찰청 보안국 보안2과는 보안사이버수사를 전담하고 있었는데, 이후 보안사이버수사대로 독립했다. 민 경정은 초대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을 지냈다.

경찰청이 도입한 ‘클라이언트 전산 시스템’은 감시 대상 누리집과 서버 등에 침투해 게시글 작성자의 아이피 정보와 전자우편 송수신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해킹’이 가능한 장비인 셈이다. 특수단은 민 경정이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영장 등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이런 해킹을 해 내사 대상자들의 전자우편과 시민단체 등의 게시판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것으로 보고 민 경정과 ㅇ업체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치안정감급 고위직 경찰 간부가 2명이나 연루된 ‘경찰 댓글 공작’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황 전 보안국장은 90여명의 보안사이버수사요원들에게 차명 아이디, 해외 아이피 등을 활용해 ‘구제역 사태’ 등과 관련해 경찰 및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쓰는 이른바 ‘사이버 여론 대응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황 전 국장의 지시로 작성된 댓글은 총 4만여건에 달했다. 특수단은 이 가운데 댓글 750여건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라인은 보안라인과 별도로 ‘댓글 작업’에 나섰는데, 김 전 정보국장과 정 전 정보심의관은 100여명의 서울청 및 일선 경찰서 정보과 직원 등에게 본인이나 가족 등 계정을 이용해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1만4천여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은 1만4천여건 중 7천여건의 댓글을 찾아냈다. 하지만 경찰이 작성한 댓글 상당수가 지워져 실제 활동 규모는 더 컸을 수 있다.

또 특수단은 서울청이 기존 보안·정보라인 외에 ‘스폴’(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라는 별도의 댓글 전담 작업팀을 만들었던 정황도 확인했다.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된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정 의원은 “경찰이 조직적인 댓글공작과 함께 전자우편까지 불법 감청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누구의 지시로 사찰에 가까운 행위를 자행했는지 윗선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전·현직 간부의 윗선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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