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용 이어 분배참사 .. 부유층 소득만 사상 최대로 늘었다

손해용 2018. 8. 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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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주머니 채워준다더니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결국 서민들 소득·일자리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 주머니를 채워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중대 기로에 섰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소비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 처분 가능 소득은 전년 대비 0.1% 줄어 7분기 연속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과 세금·공적연금·사회보험 등의 불가피한 지출을 빼고 계산한 실질적인 가계 소득이 1년 반 동안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불균형도 악화 일로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9%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분기(-13.3%) 때보다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근로소득’이 다른 가구나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소득을 뜻하는 ‘이전소득’(59만5000원)을 밑도는 현상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어졌다.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7.6% 줄어든 반면 상위 20%인 5분위와 상위 20~40%인 4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각각 10.3%, 4.9% 늘었다.

이미 고용은 최악 수준이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 증가는 1년 전에 비해 60분의 1로 추락해 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선행지수는 15개월째 내리막을 나타내는 등 투자·소비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 목표(2.9%)를 하향 조정하면서 역대 세 번째로,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그간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 소득 확대에 주력했음에도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자리·경기에 이어 이젠 분배마저 놓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이 꼽는 문제는 우선 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속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은 2년 새 무려 29%나 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애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소득이 늘면서 분배를 개선하고 내수가 활성화하는 선순환 모델을 기대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현실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고용을 축소해 근로자의 수익을 줄이고,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며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전반적인 소득 분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역설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소득 불평등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양립하기 힘든 정책이 쏟아지는 것도 난맥을 부추긴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고용을 줄이게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 감소를 부추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효과가 서로 상충(相衝)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 정책은 실험이 아닌 만큼 정책 효과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세금 퍼붓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예컨대 자영업자들을 지원한다며 세금과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고, 영세기업의 임금 인상분을 보존해 주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금액을 늘리는 것은 자율과 경쟁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 결국 비용은 다른 경제 주체들에 전가되고 수십조원의 혈세를 삼키게 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몸통이라면 공정경제는 왼발, 혁신성장은 오른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는 왼발로만 가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소득도 늘어나 소득주도 성장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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