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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구 '앵벌이' 영천시..직원들에 '위장전입' 강요

김평화 기자 입력 2018.08.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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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최기문 시장 지시로 '10만명 사수' 꼼수, 지침 안지킨 직원 인사 패널티

경상북도 영천시가 직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위장전입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10만명 사수’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영천시의 ‘영천 주소갖기 운동 성과 결과 인센티브 포상계획’에 따르면 영천시는 최근 영천시청과 16개 읍면동 주민센터 전직원(청원경찰, 무기계약직 포함)의 주소지 현황을 파악했다.

각 부서장이 앞장섰다.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둔 직원들에게 주소 이전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영천시는 또 주소이전 추진상황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주고 있다. 개인 실적은 물론 팀 실적에도 인구 ‘앵벌이’ 실적을 반영키로 했다.

일단 부서 평가 때 직원 주소 비율을 반영한다. 부서 내 영천에 주소를 둔 직원 비율에 30점, 직원 한 명당 새로운 한 명을 전입시키는 ‘1+1 인구 늘리기’에 35점, 담당 지역 인구 유입 실적에 35점을 준다는 공문을 최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인구유입 실적이 좋은 읍·면·동에는 ‘숙원사업비’ 명목으로 오는 12월 100만~300만원 상당 포상금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영천시는 ‘영천시 인구늘리기 시책 지원 조례’ 제 8조(포상)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패널티 조항도 뒀다. 주소이전을 하지 않은 직원은 해외연수 대상자에서 제외한다. 공무원 교육원 교육 등 주요교육 대상자에서도 뺀다. 모범공무원 등 각종 표창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직원이 아닌 사람들의 주소 이전까지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천시는 공문에 직원들이 친인척 등 타인 전입을 추진할 경우 패널티를 적용치 않겠다고 추가 문구를 달았다. 실제 다른 지자체에 거주중인 직원들에겐 주소지를 사무실로 옮기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는 최기문 시장이 친필로 최종 결재했다.

최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주소이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직원에겐 인사 등 최대한 혜택을 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직원들의 주소이전 추진상황은 이달부터 매달 1일 최 시장에게 보고되고 있다.

이와관련 영천시청 홍보담당자는 “인구 10만명선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구 증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시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영천 주소를 갖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패널티 등 공문 내용은 부정했다. 해당 업무 담당자는 “노조와 협의해 직원들에 아무 부담이 없게 했다”며 “가족이라도 이런 운동에 동참을 유도하는 등 공문에 우회조항을 둬 통로를 열어놨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 시장의 공약 1번은 ‘인구 늘리기’다. 경찰청장을 지낸 뒤 한화그룹 고문을 역임한 그는 기업 투자를 유치해 인구 수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영천시 인구는 뚜렷한 감소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10만615명이던 영천시 인구는 올 7월말 기준 10만186명으로 줄었다.

최 시장이 ‘인구 10만명 사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 일단 인구 10만명선이 무너지면 시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인구수가 줄 경우 영천시의회 의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현재 영천시의회 시의원은 총 12명이다. 또 21대 총선에서 다른 지자체와 선거구가 병합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영천시는 인근 청도군과 한 지역구로 묶여 있다. 현재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다.
6월말 기준 청도군 인구는 4만3171명. 영천시 인구와 더하면 14만3357명이다.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 총선에서 단일선거구 하한 인구수(14만408명)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영천시는 청도군 외 다른 지자체와 추가로 선거구를 병합해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셈이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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