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특활비 폐지' 해냈다던 바른미래, 뒤에선 만들었나
국고보조금·당비로 지급된 급여, 특활비로 전용했다면 '도덕적 치명상'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해냈다'고 한 이유는 지난 '국회 특활비' 정국에서 바른미래당이 나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최소한의 운영비만 남긴 채 사실상 국회 몫을 폐지하겠다고 하기까지 당초 여야의 초점은 폐지가 아닌 양성화에 맞춰져 있었다.
영수증을 첨부하는 '업무 추진비' 형태로 제도를 손보고 쓰던 돈은 계속 받아쓰려고 했었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완전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원내교섭단체, 국회 상임위원장, 국회 부의장, 의장 순으로 차츰 몫을 없애서 결국 '대부분 폐지' 쪽으로 귀결됐다.
특활비 문제에서 영수증 첨부 여부는 중요한 잣대다. 영수증을 첨부하면 용처를 알 수 있지만, 특활비는 증빙할 의무가 없는 돈이기 때문에 '혈세 낭비', '쌈짓돈' 시비가 따라붙는다.
'수상한' 지점은 국민의당 출신(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돼 창당됐음) 특정 10여명에게 꾸준히 목돈이 지급돼 왔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 간사는 부장의 급여와 맞먹었고, 특정 부장은 국장보다 월급이 많았다.
한층 더 수상한 점은 높은 급여가 지급된 명목이다. 같은 직급 당직자의 많게는 2배 이상에 달하는 월급을 받은 사람들의 지급내역에는 '업무추진비'라고 적시돼 있었다.
4실 10국 중 3개국을 제외한 전 부서의 특정 인사들에게만 이 업무추진비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씩 지급됐다. 이렇게 지급된 전체 업무추진비의 총액은 5개월 동안 683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이 같은 방식으로 지급받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뒤 영수증을 첨부했을까. 상식적으로 추론했을 때 자기 급여를 쓰면서 영수증을 증빙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받은 월급을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 데 시비 걸 타인이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은 당직자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왜 부자연스럽게도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을 만들었을까. 이 돈이 공적인 자금이 아닌 사적인 월급이라면 반드시 해명돼야 할 지점이다.
실제 급여 명목으로 준 돈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면 특활비로 오인받기 충분한 대목이기도 하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는 자금을 나눠준 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당 소속 인사들까지 검증을 벼르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회계 책임자인 이 사무총장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같은 직급 간 월급 차이가 나는 것을 보존해줬다"며 "당에서 해명자료를 만든 것 같다"고 했지만, 해명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통합 전후 월급 격차에 대해선 "(이번 건과는) 별개로 지급이 됐었다"는 반박성 증언이 이미 나오고 있다.
당직자들에게 급여로 지급된 돈의 출처는 국민과 당원이 낸 세금과 당비다. 허투루 써선 안 되는 돈이다.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지급됐자면 모르겠지만, 혹시 용처를 숨기기 위해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도록 꼼수를 써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면 큰 문제다.
무엇보다 특활비 폐지를 해냈다고 자평했던 정당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국회 앞에 걸린 현수막이 무색한 일을 벌인 것이라면 공당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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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동근 기자] dky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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