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힘 뺀 '솔릭'..한라산이 '방패막이' 됐나

이예슬 2018. 8. 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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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강도로 예상됐던 제 19호 태풍 '솔릭(SOULIK)'이 급격하게 우클릭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까지 상륙하지 않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제주도를 지나면서 한라산 등에 부딪혀 에너지를 많이 뺏겼고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과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세력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솔릭은 강도 '약'의 소형급 세력으로 작아져 강릉 남서쪽 약 40㎞ 육상을 시속 52㎞로 북동진해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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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서 방향 전환 시점 맞아 속도 느려져
찬 바닷물·한라산 등과 부딪히며 세력 약화
'시마론'과 상호작용..후지와라 효과 거론도
【서울=뉴시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 예상 이동 경로.

【서울=뉴시스】이예슬 남빛나라 류병화 기자 = 역대급 강도로 예상됐던 제 19호 태풍 ‘솔릭(SOULIK)'이 급격하게 우클릭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까지 상륙하지 않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제주도를 지나면서 한라산 등에 부딪혀 에너지를 많이 뺏겼고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과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세력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솔릭은 강도 '약'의 소형급 세력으로 작아져 강릉 남서쪽 약 40㎞ 육상을 시속 52㎞로 북동진해 지나쳤다. 이후 오전 11시를 전후해 동해로 빠져나가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조용하게 우리 국토를 지나갔다.

당초 솔릭은 수도권을 강타하며 상당한 피해를 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진로가 예상보다 오른쪽으로 쏠렸고 속도 역시 한때 사람이 빨리 걷는 속도인 시속 4㎞까지 느려지면서 힘이 빠졌다.

세력이 예상보다 작아진 이유로는 태풍이 본토에 상륙하기 전 제주도가 방패막이가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솔릭은 제주도에 도착할 당시만 해도 초속 62m의 강풍을 기록했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태풍은 대개 육지에 많이 부딪힐수록 세력이 약해지는데 속도가 늦어지다보니 에너지를 제주도에 많이 빼앗겼다"며 "태풍이 중국으로 향할 때도 타이완에 부딪히면 세력이 20% 이상 약해진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솔릭이 제주에서 전향(방향 전환) 시점을 맞았다는 점도 육지 상륙이 늦어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태풍은 초반 무역풍을 타고 오다가 편서풍 지대에 들어서면서 이동경로가 동쪽으로 바뀌게 된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태풍이 방향을 바꾸면 원래 속도가 느려지는데 (전향 시점에서) 북한쪽에 있던 제트기류가 내려오지 않아 태풍이 기류를 타지 못했기에 더욱 속도가 느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24일 오전 강원 강릉소방서 소방관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몰고온 강풍으로 넘어진 소나무를 전기톱을 이용해 자르고 있다. 2018.08.24. (사진=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제주에 오래 머물다보니 찬 바다와 닿아 태풍의 힘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

문 교수는 "태풍은 수온이 높은 곳에서 발달하는데 태풍이 접근한 뒤 제주 바다의 온도가 6도 가량 떨어졌다"며 "온도가 1~2도만 낮아져도 세력이 약해지는데 6도는 굉장히 치명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태풍 시마론이 근처에 있어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풍의 작용과 반작용 효과를 말하는 현상으로, 두 태풍이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내거나 합쳐지는 등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학과 교수는 "후지와라 효과가 없진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추측이고 향후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두 태풍이 서로 회전하는 모습까지 나타나지는 않아서 후지와라 효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후지와라 효과는 다른 기압계 없이 두 태풍만 존재해야 하는데 어제 북태평양 고기압, 상층 제트기류 등 기압계가 복잡해 다양한 요소가 태풍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은 피해가 적었지만 태풍이 쓸고 간 지역 곳곳에는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막심했다.

제주의 경우 법화사, 정방폭포 등 인근 가로수 140그루가 강풍에 넘어졌고 가로등 3개와 신호등 97개가 파손됐다. 소정방폭포 인근에서는 박모(23·여)씨와 임(31)씨가 물길에 휩쓸렸다. 박씨는 실종 상태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24일 오전 제주시 직원이 태풍 솔릭에 의해 쓰러진 가로수를 정비하고 있다. 2018.08.24. (사진=제주시청 제공) photo@newsis.com

전남 여수에서는 화태대교 위 가로등이 강풍으로 기울어졌고 완도에서는 보길도의 방파제가 부서지는 등 공공시설 52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반 센터장은 "기상청의 예측과 비슷한 속도로 태풍이 왔으면 엄청난 재난이었을 것"이라며 "하늘이 도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shley85@newsis.com
south@newsis.com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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